‘회장 적임자’ 이대호, 개인 성적과 선수협 두 토끼 잡는다

2019-03-27     김태우 기자
▲ 선수협 회장이 된 이대호는 두 토끼를 잡아야 한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태우 기자] 이대호(37·롯데)는 최근 진행된 프로야구선수협회 전체 투표에서 회장에 당선됐다. 무려 30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이대호에 표가 몰렸다는 게 선수협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지지였다.

이대호에 투표를 했다는 한 선수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이기도 하고, 리더십도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구단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선배라는 점도 있었다. 선수협 협상력도 강해지지 않을까. 잘 이끌어나가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선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뛰신 분이다. 그런 경험이 선수협에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말처럼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대호는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다. 2017년 롯데로 돌아올 당시 4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으로 상징성이 있다. 게다가 연륜도 풍부하고, 리더십도 있다. 부담스러운 자리에 앉은 이대호 또한 저연차·저연봉 선수들, 그리고 팬들을 바라본 정책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귀족 선수협’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취임 일성이다.

다만 팬들은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회장직이 개인 성적에 영향을 줄까봐서다. 사실 똑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해도 남들보다 배의 노력이 필요한 나이다. 실제 이대호는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팀 주장직도 손아섭에 물려줬던 전력이 있다. 물론 회장이 매일 선수협 현안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선수협 이사 경력이 있는 한 선수는 “시즌 중 모이는 일이 많지는 않다. 다만 회장이 중간에서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고충이 많다. 팀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회장 리더십인데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한다. 가뜩이나 현안이 많은 시기라 예전보다는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상문 롯데 감독 또한 이대호의 회장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양 감독은 이대호가 처음으로 사실을 알렸을 때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잘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기량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양 감독 또한 두 토끼를 모두 잘 잡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개막 후 3경기에서 타율이 저조하기는 하다. 11타수 1안타(.091)에 머물고 있다. 다만 회장직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언제든지 몰아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이기도 하다. 26일 경기에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완벽한 2타점 적시타로 번뜩이는 방망이를 과시했다. 이대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성공적인 회장이 되어야 선수협 역사도 바로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