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 대활약’ 김강민, 짐승의 발톱은 여전히 날카롭다
2019-04-02 김태우 기자
SK 부동의 중견수로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지켰던 김강민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불만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김강민은 이를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자신이 그 임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강민은 지난해부터 “욕심을 부릴 나이가 아니다. 팀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런 김강민은 여전히 팀이 필요한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자신의 다짐도 지켜나간다. 시즌 개막 후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을 주도했다. 김강민은 1일까지 시즌 8경기에서 타율 4할, 4타점,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38이라는 호성적을 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주축 타자들이 감이 좋지 않을 때 전면에 나서 팀을 이끌었다. 몸짓 하나하나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시즌을 풀로 소화하는 선수가 아니다”고 자신을 낮추는 김강민이다. 그러나 최근 흐름에서는 팀 타선의 ‘만능키’로 활용되고 있다. 어떤 타순이 막힐 때마다 들어가 활로를 뚫는다. 올 시즌만 해도 1번·3번·6번·7번에서 모두 뛰었다. 노수광의 부진하자 1번으로, 최정의 부진이 이어지자 3번으로 들어갔다. 모두 활약이 좋았다. 1번에서 타율 3할7푼5리, 3번에서 타율 5할4푼5리를 기록했다. 김강민이 없었다면 SK의 고공행진도 없었다.
김강민은 “후배들보다 수비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비는 여전히 김강민을 따라잡을 후배가 없다. 중견수로 외야를 든든하게 진두지휘한다. 부상 탓에 한동안 주춤했던 발도 부활했다. 벌써 세 개의 도루를 했고, 실패는 한 차례도 없었다. 팀 작전수행에도 큰 몫을 했다. 염경엽 감독이 “김강민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 고맙다”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초반 2군에 오래 있었던 경험이 전화위복이 됐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가장 긴 2군행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큰 스윙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뒀고, 이곳저곳 잔 부상에 시달리던 몸 상태를 각고의 노력 끝에 끌어올렸다. 당시 2군 트레이닝파트에서는 “앞으로 5년은 더 현역으로 뛸 수 있는 몸”이라고 했는데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별명인 ‘짐승’처럼 치고, 달리고, 잡는다. 노쇠화를 지적하던 시선도 쏙 들어갔다.
나이를 먹으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단순히 개인 성적이 아닌 팀 분위기가 자꾸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연륜이 생겼고, 어느 순간부터 욕심을 버렸다. 꼭 자신이 모든 경기에서 영웅이 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대신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팀이 시즌 구상대로 갈 수 있도록 자신의 몫을 하는 게 목표다. 예전의 힘은 없을지 몰라도 두루두루 살피는 눈매는 더 또렷해졌다. 짐승의 발톱이 여전히 날카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