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없어도 승률 8할! 두산 승수쌓기 작년보다 더 빠른 페이스

2019-04-04     이재국 기자

▲ [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준비하는 두산 선수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혹자는 전력의 30%라고 했다. 혹자는 한 술 더 떠 전력의 50%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포수 양의지(현 NC)가 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두고 한 말이었다. 두산의 전력이 워낙 탄탄하고 선수층이 넓어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는 해도, 그만큼 양의지의 존재감이 컸다.

양의지 없는 두산은 어떨까. 지난해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NC로 이적하자 호사가들은 미리 두산의 미래를 점치기 바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적어도 양의지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3일까지 10경기를 치러 8승2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승률이 무려 8할이다. 지난해보다 더 좋다. 지난해엔 개막 후 10경기에서 7승3패로 승률이 7할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좋은 페이스다.

그렇다면 같은 10경기를 놓고 지난해와 올해의 기록을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해에 비해 올해 초반 10경기에서 전반적으로 타고투저 수준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이 나빠졌는지를 확인해보자

▲ [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공격력은 중위권 지난해와 엇비슷

지난해엔 10경기를 치른 시점에 순위가 2위였다. 1위가 NC로 8승2패를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해 팀타율(0.272) 6위에 팀홈런(9) 6위로 중위권이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82로 5위였고, 팀득점(52)도 5위였다. 한마디로 공격력은 평균 수준이었다. 다만 도루는 13개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로 치고 나갔다.

올해는 팀타율 0.248로 6위다. 지난해에 비해 2푼4리가 떨어졌지만 이날까지 리그 평균타율이 0.25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처럼 중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팀홈런(8)과 팀득점(50)은 4위이며, OPS 또한 0.724로 4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도루가 4개로 가장 적다는 점이다.

공격력은 아직 두산다운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은 올 시즌 득점권타율이 무려 0.348에 이른다. 팀타율(0.248)보다 1할이나 높은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무섭다.

양의지가 빠졌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새로 영입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벌써 10타점 뽑아내 지난해 두 외국인타자(지미 파레디스+스캇 반슬라이크)가 한 시즌 내내 합작한 8타점을 넘어선 점은 분명 기분 좋은 호재다.

◆마운드는 2019년이 더 안정적

두산은 올해 팀평균자책점이 2.57로 매우 좋다. LG(2.47)에 이어 2위다. 리그 평균자책점이 4.48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빼어난 수치다. 피안타율은 0.248로 4위이며, WHIP(이닝당 출루허용수)는 1.30으로 3위다. 피홈런이 4개로 가장 적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7차례 기록해 독보적인 1위다. 선발투수들이 초반에 승수에서는 재미를 썩 보지 못했지만 제몫은 거의 다 하고 내려가고 있다.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차례였다.

지난해 두산은 10경기 팀평균자책점이 5.00이었다. 수치는 좋지 않아 보이지만 순위는 6위로 중위권이었다. 피홈런은 12개로 적게 맞은 순위 5위에 자리했다. WHIP 1.58로 8위였다. 퀄리티스타트 5회, QS+ 1회였다. 피안타율은 0.294로 9위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두산 마운드는 지난해 첫 10경기에서 중간층에 있었지만, 올해는 확실히 더 좋은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더 강해진 선발투수, 더 안정적인 불펜진

마운드를 좀 더 세분화해보면 두산 선발투수는 지난해 10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4.06(3위)을 기록했다. 올해는 선발투수가 3승1패에 평균자책점 2.56으로 1위다.

올해는 외국인투수 조쉬 린드블럼(2경기 0승, 평균자책점 2.13)과 세스 후랭코프(2경기 1승, 평균자책점 4.50)에다 유희관(2경기 1승, 1.38)과 이용찬(2경기 1패, 2.25), 이영하(2경기 1승, 3.00)가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켜주고 있다.

지난해엔 외국인투수 중 후랭코프가 2경기 1승에 2.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리드블럼은 2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4.35의 성적을 올렸다. 유희관은 2경기 승패없이 3.55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여기에 이용찬은 2경기에서 2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2.08로 두산 선발투수진 중 가장 좋았다. 그러나 장원준은 2경기에서 1승은 따냈지만 총 10.2이닝 10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8.44로 부진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몸무게 줄인 유희관이 부활의 자존심을 올리고 있고, 이영하가 한 뼘 더 성장한 점이 두드러진다.

두산 불펜은 올 시즌 버티기에 성공하고 있다. 구원투수 10경기 평균자책점은 2.87로 LG(0.96)에 이어 2위에 포진해 있다. 불펜에서 이형범이 3승을 이삭줍기하듯 잡아냈다. 지난해 두산 구원진의 초반 10경기 평균자책점은 6.68로 9위였다.

▲ [스포티비뉴스=잠실, 곽혜미 기자]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홈으로 향하는 박세혁.
◆누구 하나 없다고 무너지는 팀 아니다

양의지가 떠났지만, 개막 10경기만 놓고 볼 때 마운드 수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진도 안정적이다.

두산 선수들은 “우리 팀은 과거부터 스타가 다른 팀으로 한두 명씩 나갔지만 그때마다 다른 선수가 들어와서 메워주는 팀이다. 힘이 모자라면 서로 도와가면서 그 빈자리의 짐을 나눠 갖는다”면서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양의지가 빠져나간 자리는 분명 컸지만 박세혁이 자신의 몫을 십분 발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근 수년간 팀 분위기가 좋을 때 특히 최대한 승수를 챙기려고 한다. 그런 힘이 다른 팀보다 강하다. 모든 팀은 사이클이 있다. 두산도 나중에 사이클이 좋지 않을 때가 오지만 그에 앞서 최대한 승수를 쌓기 때문에 버틸 힘이 생긴다. 두산 선수들의 가장 큰 힘은 그런 자신감이다”고 강조했다.

두산 관계자들은 올 시즌에 앞서 “우리가 왜 3강에 꼽히는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개막 후 초반에 질주하자 “우리가 잘했다기보다는 상대가 무너진 게임이 많았다. 우리 전력은 분명 지난해보다 떨어지는 것 같은데 상대팀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붙어 대진 운이 좋았다”며 또 엄살을 부리고 있다.

두산은 단독 선두를 질주할 만큼 더 강력해진 전력을 구축한 것일까. 아니면 지난해보다 떨어진 전력인데 행운이 따르는 것일까. 지금처럼 내달린다면 또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 두산 김태형 감독 ⓒ곽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