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토트넘은 당당히 맞섰고, 펩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2019-04-10     유현태 기자
▲ 손흥민(왼쪽)의 결승 골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최근 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이 정면 대결에 나섰음에도, 맨체스터시티는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토트넘이 웃었다.

토트넘은 10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뉴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맨체스터 시티와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33분 손흥민의 결승 골이 터졌다.

맨시티는 이전 4번의 맞대결에서 3승 1무를 거뒀다. 더구나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맨시티를 처음으로 맡은 2016-17시즌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1승 1무를 거두면서 우위에 섰다. 하지만 이후론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것.

상대 전적이 마치 두 팀의 운명을 말하는 듯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포체티노 감독은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면 대결을 선언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미 승리를 여러 차례 거머쥐고도 소극적인 변화로 패배의 빌미를 줬다. 물론 전술적 평가는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었다.

연패하고 있는 토트넘은 정상적인 경기로 나섰다. 많이 뛰는 토트넘 스타일을 유지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이 모두 출전했다. 이번 시즌 종종 투톱으로 출전했던 손흥민이 측면에 배치됐지만 큰 변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측면에서 득점을 뽑았다.

전방 압박 횟수가 잦진 않았지만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고 최소한 센터라인부턴 맞섰다. 여기에 측면에 배치된 손흥민과 에릭센이 자주 수비에 가담했다. 손흥민이 태클을 6번, 알리가 4번 시도할 정도로 수비 가담에 신경을 썼다.

공을 빼앗은 뒤엔 '속도'였다. 공을 빼앗으면 전방으로 재빠르게 연결하며 공간을 활용했다. 전반 8분 알리의 슈팅, 전반 17분 손흥민에서 트리피어로 이어지는 역습, 전반 24분 에릭센-알리-에릭센-케인으로 이어지는 공격 등이 모두 빠르게 공간을 활용한 결과였다. 후반 33분 손흥민의 골도 루카스 모우라가 앞으로 나오던 맨시티의 공을 차단한 뒤 나왔다. 에릭센이 패스 길을 찾으면서 잠시 지체했지만 측면에 벌려선 손흥민을 발견하면서 공격이 풀렸다. 토트넘은 점유율에선 뒤졌지만 슈팅 수에서 맨시티를 13-10으로 앞섰다.

반면 맨시티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2-3-1 형태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두 명의 일카이 귄도안과 페르난지뉴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약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맨시티는 후방을 단단히 쌓았다. 토트넘의 밸런스가 깨지기 전까진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시간이 많았지만, 토트넘의 전방 압박에 불안한 볼 처리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벌어진 맞대결에서 적극적으로 공을 전방으로 연결한 뒤 세컨드볼 싸움을 벌여 1-0 승리를 따냈었다. 하지만 이번엔 더 수비적으로 경기를 치렀다. 전반 12분 찾아왔던 페널티킥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넣지 못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아마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은 체력 싸움에서 불리할 것이란 판단이었을 터.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단 하루 훈련을 하고 경기했다. 반면 토트넘은 6일을 쉬었다"면서 "우리가 경기는 주도했다. 상황이 나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맨시티가 FA컵 4강 일정으로 1경기를 더 치른 상태였다.

선수 변화에서도 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종료가 가까운 후반 44분에야 2장의 교체 카드를 쓴다. 케빈 데 브라위너와 르로이 사네가 투입되고, 다비드 실바와 리야드 마레즈가 빠졌다. 두 선수 투입으로 경기를 바꾸고 싶었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역시 2차전은 물론이고 다가올 크리스탈팰리스전, 그리고 이어지는 토트넘과 2연전을 모두 잡겠다는 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구나 챔피언스리그 녹아웃스테이지는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다. 이번 8강 1차전은 맨시티에 원정 경기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목적은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거두는 것이었을 터. 과르디올라 감독은 "2차전이 있다"면서 "180분 게임"이라고 말한다. 보수적인 운영을 펼친 또 하나의 이유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마르카'도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것에 더 무게를 뒀다"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맨시티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지고 있다"면서 전술적 선택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