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세상의 어머니를 대변한다니, 얼마나 힘이되는지"[인터뷰S]
영화 '크게 될 놈',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배우 김해숙 인터뷰
과연 가능할까. 그녀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국민엄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그녀, 배우 김해숙(64)의 이야기다. 지난해 영화 '허스토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애끊는 절규를 토해냈던 그녀는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그것도 두 편의 작품으로.
KBS2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선 세 딸을 둔 억척 엄마다. 드라마는 벌써 시청률 30%를 넘어 인기몰이 중. 오는 18일에는 새 영화 '크게 될 놈'이 개봉한다. 김해숙은 사형수가 되어버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처음 글을 배우는 까막눈 엄마 순옥이 됐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어내려간 엄마 순옥의 편지는 이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4년 전 어머니와 사별한 김해숙의 마음을 흔든 것도 그 마지막 편지였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사랑을 베푸는 걸 보면서 우리 어머니가 살아계셨어도 저렇게 해주셨을 거다 생각을 했지요. '힐링'보다도 저는 어머니 떠올리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 때가 어머니 돌아가신지 2년 됐을 때예요. 그 편지를 읽고 너무 울었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해요."
"제 나이에 주어지는 역할을 하다보니까 엄마 역할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나도 어쨌든 배우인데 엄마 역으로 한정돼 있는 게 답답하고 갈증도 느꼈어요. 그런 갈증을 영화에서 넘어섰던 것 같아요. 그 계기가 '해바라기'(2006)였고요."
그떄 김혜숙은 아들을 죽인 청년을 또 다른 아들로 받아들이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처음엔 스스로도 '이게 말이 되나' 했던 이야기마저 '모정'으로 그려낸 그녀는 그제야 '수많은 엄마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름대로는 죽을 힘을 다 해서 전작과는 다른 작품을 하려고 해요. 노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어띠 보면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수많은 어머니들을 제가 연기로 대변한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되나 몰라요. 제 연기 인생에서도요."
'크게 될 놈'부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엄마, 모든 것들이 상징적인 느낌이 있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워킹맘인 첫 딸 미선(유선)과 어머니 박선자(김해숙) 치고박고 싸우는 첫 회부터가 '현실'로 다가왔다. 김해숙은 "저도 딸일 때 엄마랑 싸웠고, 이제 엄마로 제 딸과 싸운다. 딸과 엄마를 다 겪었다"고 털어놨다. 따져보면 김해숙 역시 한때 자식을 어머니에게 맡겨야 했던 워킹맘이었다.
"제게는 세 딸들 이야기라 더 현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어머니가 애들을 키워주셨거든요. 손주도 예쁘고 하지만 그게 딸이 걱정돼서, 딸 편하라고 봐주시는 거죠. 빨리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 사랑이니까 가능한 거지, 딸 일이라서가 아니라 돈 받고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1회 보고는 저도 울었어요."
그는 "욕심이 많은 거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하니 욕할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일하고 있을 떄가 행복하다. 새 캐릭터를 보면 흥분되고 촬영하는 게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저는 천상 배우인가 봐요."
특히 김해숙은 "제가 있기까지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셨다"면서 수많은 선배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강부자 김혜자 나문희부터 이순재 신구까지. 김해숙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이 계시다. 그런 선배님들을 보면 힘이 불끈 불끈 난다"고 웃음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멜로보다 느와르가 욕심난다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노인이라고 느와르 못 하겠어요? 요즘엔 60대도 청년이라고 하는데. 나이든 여배우가 록커도 하고, 대통령도 하고,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정보국 M도 있잖아요. '저거 내 건데' 했냐고요? 수많은 역을 다 제 걸로 생각하면서 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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