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던 상벌위원회, KBO →구단 순서 지킨다
지금까지는 KBO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구단이 먼저 선수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빠른 여론 무마를 위해선 보다 빠른 대처를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KBO 상벌위원회의 입지가 좁아졌다. KBO는 KBO 나름대로 문제 선수에 대한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KBO 규약은 우선 KBO가 문제 선수에 대한 심의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하도록 돼 있다. 그것이 KBO를 지탱하고 있는 규약과 상벌위원회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구단의 처벌 규정이 앞서다 보니 KBO 규약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음주 사고를 낸 강승호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KBO는 90경기 출장 정지와 1000만 원의 제재금 듬 180 시간의 사외 봉사 명령을 내렸다.
이후 곧바로 SK 구단이 강승호의 임의탈퇴를 발표했다. KBO가 솜방방이 처벌을 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판례였다.
그나마 이전 같았으면 구단의 징계가 먼저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것이다. KBO는 규약에 정해진 대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비 인사 음주 사고는 최고 90경기의 출장 정지를 내릴 수 있다.
강승호가 구단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0만 원의 제재금을 별도 부과했지만 구단이 내린 임의탈퇴만큼 무게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KBO가 판결의 우선권을 갖고 이후 구단이 여론에 맞는 추후 제재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BO는 규약에 근거해 사안을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구단은 다르다. 어떤 조치가 내려져도 규약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KBO가 상벌의 우선권을 갖고 구단이 추후 판단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은 이유다.
KBO 관계자는 "KBO의 규약에 따른 처벌 규정이 분명히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KBO 상벌위원회는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구단의 결정이 우선될 경우 체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안(강승호 음주 사고)에 대해선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일단 KBO의 징계가 결정된 뒤 구단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그것이 바른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잣대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