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만 빼고…2005년과 꼭 닮은 '안필드 기적'
터키에서 잉글랜드로 무대만 바꼈다. 세 골 차를 뒤집은 드라마는 물론 후반 득점 시간과 골 장면까지 똑 닮았다. 리버풀에 '챔스 DNA'가 있다는 걸 증명했다.
리버풀은 8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0으로 크게 이겼다. 원정 1차전에서 0-3으로 졌던 리버풀은 1·2차전 합계 4-3을 거둬 극적으로 마드리드행 티켓을 땄다.
14년 전 이스탄불이 오버랩된다. 리버풀은 2005년 5월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AC밀란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영화 같은 역전승을 챙겼다.
전반에만 3실점했다.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후반에 3골을 몰아쳐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승부차기 끝에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14년이 흘렀지만 이때 리버풀 우승은 지금도 축구 팬들 입에 오르내리는 명승부다.
묘하게 닮았다. 당시 0-3으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리버풀은 칼을 벼렸다. 전열을 추스르고 반격했다. 후반 9분 스티븐 제라드가 헤딩골로 포문을 열었다. 후반 11분엔 블라디미르 스미체르가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스코어 2-3을 만들었다. 턱밑까지 쫓았다.
후반 15분 정점을 찍었다. 사비 알론소가 페널티킥을 놓친 뒤 재차 슈팅으로 전광판에 3-3을 새겼다. 이후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득점 시간이 2개나 같다. 후반 교체 투입한 조르지오 바이날둠이 들어가자마자 바르셀로나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9분 오른쪽 크로스를 오른발로, 후반 11분 왼쪽 크로스를 머리로 집어넣었다. 제라드와 스미체르 득점 시간과 일치한다.
골 장면도 흡사하다. 안필드를 들끓게 한 바이날둠 헤딩골은 이스탄불에서 추격 불씨를 당겼던 제라드 헤딩골과 꼭 닮았다. 둘 모두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상체를 크게 틀어 골로 연결했다.
극적 결과에 많은 얘깃거리까지. 안필드 기적을 둘러싼 내러티브가 풍성해지는 분위기다. 리버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동틀녘을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