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말씀이…” 팬들에 사과한 양상문, 후반기 대반격 노린다
2019-07-19 김태우 기자
롯데는 전반기 94경기에서 34승58패2무(.370)로 최하위에 처졌다. 롯데가 전반기를 승률 4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다. 롯데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연속 전반기를 4할 미만의 승률로 마쳤다.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이런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이른바 '비밀번호'를 찍던 암흑기였다. 팀 연봉 1위를 다투는 지금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 어쩌면 롯데 야구 역사상 가장 기대보다 못한 시즌이 되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5위 NC(.505)와 경기차는 12.5경기까지 벌어졌다. 롯데는 이제 5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뒤집기는 말 그대로 기적이 있어야 한다. 양상문 롯데 감독의 어깨에도 힘이 빠진다. 양 감독은 18일 광주 KIA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 감독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입을 열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전반기를 마쳤다. 뭐라도 해보려고 발버둥 쳤는데 어쨌든 잘 안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양 감독은 “롯데를 사랑하는 전국의 팬들에게 감독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깊은 고뇌를 드러냈다.
시즌 전 구상이 여럿 꼬이면서 롯데는 플랜B, 플랜C를 전전해야 했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바꿨다. 그러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오히려 팀 안정성만 저하됐다. 부상자들이 제법 나왔고, 성적이 처지면서 팀 분위기까지 가라앉았다. 양 감독은 “다들 하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다시 강조했다.
사실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구단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조만간 2020년을 내다본 행보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남은 50경기를 그냥 버려서는 안 된다. 패배는 내년 이후의 롯데 야구에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최대한 많이 이겨 분위기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시즌은 내년에도 찾아오고, 내년에는 누구나 0승0패부터 시작한다. 지금부터 밭을 다져야 한다.
양 감독도 이를 알고 있다. 신예 선수를 무조건적으로 1군에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후반기 대반격을 다짐했다. 양 감독은 “부상자들이 3~4명 정도 돌아온다”고 했다. 구승민 한동희 고승민과 같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현재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것을 떠나, 앞으로 롯데 야구를 이끌어나갈 핵심적인 선수들이다.
양 감독은 “새롭게 팀을 추슬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상자들이 합류하면 지금보다는 전력이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롯데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프로의 기본 조건이자,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