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더 킹:헨리 5세', 티모시 샬라메의 또다른 성장담
영화는 도망치려 했던 삶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던 젊은 왕의 성장담을 담담하고도 묵직하게 그린다. 타이틀롤 티모시 샬라메는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매력과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채롭게 뻗어갈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15세기, 아버지와 등을 돌린 잉글랜드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은 궁을 나와 한물 간 주정뱅이 기사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턴)와 어울려 산다. 그러나 반목을 일삼던 아버지가 죽고, 그는 '헨리5세'로 왕위에 오르며 도망치려 했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혼란과 분열, 탕아로 살았던 자신이 남긴 오명, 이를 향한 프랑스의 조롱까지 오롯이 짊어진 젊은 왕. 다른 이를 적으로 돌려 싸우고 죽이는 일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체득하며 성장한 그는, 그러나 자신과 나라를 위해 이상과는 다른 선택을 거듭해야 한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 공동각본을 맡은 조엘 에저턴이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라 입을 모았듯,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는 절묘한 캐스팅이다. 그는 출세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미성숙한 젊음의 매력을 흘러너치도록 발산하며 팬덤을 양산했다. 그러나 이번엔 '뷰티풀 보이'의 청량하고도 치명적인 미소는 찾을 수 없다. 가녀린 몸에 감담할 수 없는 왕관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뚜벅뚜벅 성장해가는 남자다. 타이틀롤답게 압도적 비중을 감당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미묘하게 변화하는 굳은 표정에 짧은 대사를 실어서도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한다.
몸을 덮은 하얀 이불과도 비슷한 창백한 피부의 유약한 소년이 나라 안과 밖의 적을 제거해가며 강력한 군주가 되어가는 과정은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 급작스럽게 스타가 된 그의 삶과 맞물려 굉장한 흡인력을 발산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그 소년미에 반한 이라면 완전히 다른 매력을 발견할 것이다. 물론 이 작품만으로도 매력을 알아보기 충분하다.
중세 역사극, 전쟁물로서의 미덕도 충분하다. 아쟁쿠르 전투의 진흙탕은 잊을 수 없을 듯. 자그마한 스마트폰이나 TV화면에서 보기 아까운 스펙터클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11월 1일 공개된다. 러닝타임 133분.
스포티비뉴스=부산,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