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게 걸려있는 강이슬의 2020년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
먼저 소속팀 부천 하나은행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다. 하나은행은 2012년 팀 창단 후 아직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경험이 없다(준우승했던 2015-16시즌은 첼시 리 사태로 기록에서 삭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에 지명 돼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활약해 온 강이슬에게 봄 농구는 오래도록 그린 꿈이다.
하나은행은 3위 인천 신한은행에 0.5경기 뒤진 4위에 있다. 9일 열리는 신한은행과 맞대결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단두대 매치다. 이기면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로 올라서지만, 진다면 3위와 격차가 더 벌어진다. 강이슬도 "신한은행전이 정말 중요하다. 모두들 그 1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자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다"며 다가올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현재 몸 상태는 걱정이다. 강이슬은 지난 2일 청주 KB스타즈와 경기에서 왼쪽 정강이 쪽 인대를 다쳤다. 이후 운동을 쉬며 치료에 집중했다. 9일 경기에 출전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다. 강이슬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쳐서 기분이 좋지 않다"라며 "출전을 준비 중이다. 몸 상태에 따라서 빨리 회복하면 정상 출전하고 아프면 조절해가면서 뛰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즌이 끝나면 강이슬은 미국으로 건너간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진출이라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강이슬은 지난해 WNBA 파이널 우승팀인 워싱턴 미스틱스와 트레이닝 캠프 참가 계약을 맺었다. 캠프에서 구단의 눈도장을 받아 최종 12인 로스터에 들면 WNBA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한국선수들이 꿈꾸기에 WNBA는 정말 멀고 큰 곳처럼 느껴졌다. 농구를 엄청 엄청 잘해야만 갈까 말까한 곳이니까. 꿈도 못 꾸고 있었는데 3년 전 WNBA 쪽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갈 수 있는 환경도 됐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무섭더라. 그때는 (박)지수도 없었다. 결국 무서워서 포기했다. 그때부터 WNBA 꿈을 키우고 있었다. 3년 전 그 결정이 후회되고 계속 남아있었다. 이번에는 무조건 간다고 했다."
"내가 쫄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그쪽에서도 슈터가 필요했고 내 슛을 보고 부른 거니까. 내가 WNBA 선수들보다 빠르거나 피지컬이 좋거나, 기술이 화려하진 않다. 내가 잘하는 슛을 보여주고 잘 적응만 하면 엔트리에 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오히려 엔트리에 들고나서부터는 잘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내 약한 수비력을 지적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WNBA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선수보다 1가지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더 위력적이라고 하더라. 그 얘길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은행에서 강이슬은 슛 외에도 해야 할 게 많았다. 팀 에이스로서 상대의 집중 견제는 생활이었다. 하나은행과 경기하는 팀들은 "강이슬만 막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그녀를 철저하게 수비했다.
하지만 WNBA에선 다르다. 장기인 슛에만 집중할 수 있다. 상대가 강이슬에게 쏟는 수비 에너지도 국내와는 다르다. 강이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국제대회에선 국내처럼 나를 강하게 수비 안 한다. WNBA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나만 보고 쫓진 않을 것이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국제대회에서 슛 쏠 기회가 많이 났고 자신 있게 던졌다.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점이 분명 있다."
그녀는 2020년에 대해 "중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하다.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론 당장 눈앞에 있는 팀의 순위싸움이 우선이다.
"올라갈 만하면 자꾸 떨어졌다. 팬들이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클 것 같다. 과거를 잊고 남은 경기 잘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