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0승 못하란 법 없죠"…박세혁의 '2020년 린드블럼'은 누구

2020-04-20     김민경 기자
▲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박세혁, 크리스 플렉센 ⓒ 곽혜미 기자,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또 20승 못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0)은 지난해 KBO리그 MVP이자 팀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3, 밀워키 브루어스)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 첫해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린드블럼과 20승을 합작했다. 린드블럼은 다승(20승)과 탈삼진(189개), 이닝(194⅔) 1위, 평균자책점(2.50) 2위에 오르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린드블럼은 트로피를 하나씩 손에 들 때마다 "넘버원 포수" 박세혁에게 엄지를 들었다.

이제 린드블럼은 없다. 박세혁은 에이스의 빈자리를 채울 새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28), 크리스 플렉센(26)과 새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당장 MVP 투수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기대감을 품을 수 있는 경기 내용은 꾸준히 보여줬다. 

알칸타라는 2월부터 치른 전지훈련 평가전과 청백전을 통틀어 7경기에 선발 등판해 21이닝 평균자책점 0.43을 기록했다. 삼진 1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2개만 허용했다. 최고 구속은 155km까지 나왔다. 지난해 kt 위즈에서 KBO리그를 한 차례 경험한 알칸타라는 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투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처음 한국에 온 플렉센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7이닝,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치른 청백전에서는 3이닝 3피안타 4탈삼진 5사사구 1실점으로 주춤했지만, 이전 5경기에서는 꾸준히 안정적이었다. 최고 구속은 153km를 기록하며 알칸타라와 함께 강속구 원투펀치로 주목받았다. 

'새 원투펀치가 린드블럼을 잊게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요즘. 박세혁은 "시즌 시작해야 알겠지만, 그렇게 믿어주는 게 선수한테는 큰 힘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본인 이야기를 꺼냈다. 박세혁은 지난해 FA로 이적한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맞이했다. 알칸타라와 플렉센에게는 린드블럼이 양의지와 같은 존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혁은 "린드블럼은 지난해 20승이라는 좋은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는 잊고 올해는 다른 선수들과 다른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데, 또 20승을 못하라는 법은 없다. 내가 작년에 그렇게 시작했다.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는데, 결국은 본인이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두 투수도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정도 함께 호흡하면서 새 외국인 투수들 파악은 어느 정도 마쳤다. 

박세혁은 알칸타라와 관련해 "알칸타라는 지난해도 투구 수가 적은 이닝이터였다. 똑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변화구보다 직구가 더 많았는데 똑같이 가려 한다. 거기에 빠른 변화구까지 더하면 치기 힘들다. 오늘(19일)도 슬라이더가 144km까지 나오더라. 알칸타라가 지난해보다 더 힘이 생기고,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홈구장이 잠실이니까 윽박지르는 투구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렉센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어린 선수라 운동을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힘도 좋지만, 변화구도 정말 좋다. 내가 볼 배합과 로케이션을 신경 쓰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오늘은 전에 던진 것보다는 안 좋았지만, 워낙 위력이 있고 타점이 좋다. 이런 경기가 시즌 때 적어도 5경기는 나온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린드블럼도 후반기 막바지에는 계속 안 좋았고, 한국시리즈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해내는 게 에이스고 외국인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은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시작으로 4차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알칸타라와 플렉센이 다른 팀 타자들과 맞붙었을 때 어떤 점이 다를지 확인할 기회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는 "둘 다 호주 스프링캠프부터 청백전까지 내용이 정말 좋아서 걱정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불안하다. 다른 팀 선수들과 경기해서 한번씩 맞아봐야 하는데, 큰 불안감 없이 잘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연습 경기 때 조금 더 집중해서 외국인 듀오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