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마마' 고보결 "오민정, 김태희 선배님도 인생 캐릭터래요"[인터뷰S]

2020-04-21     장진리 기자

▲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 제공| HB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배우 고보결의 다른 면을 보게 한 작품이다. 맑고 깨끗한 얼굴 때문에 고보결은 '도깨비' 등 많은 작품에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주로 연기해왔다. '하이바이, 마마'에서 남편의 죽은 아내가 낳은 아이를 키우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늘 '오만정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 오민정이 고보결이라고 했을 때, '고보결이 30대를? 엄마를?'이라는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하이바이, 마마'에서 고보결은 자신을 둘러싼 의문을 모두 떼어버렸다. 삶의 피로에 지친 얼굴로 집안일을 마치고 싱크대에 숨겨둔 소주병을 조용히 꺼내는 모습,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이웃들의 수군거림을 피하는 모습, 가방에 숨겨둔 이혼서류 봉투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에서 평범한 30대들의 희로애락을 마주했다. 고보결은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 자신이 보여준 연기 세계를 한 단계 확장했다. 

드라마를 마치고 만난 고보결은 시원섭섭한 모습이었다. 집에서 가족들과 마지막회 방송을 함께 봤다는 고보결은 "결말까지 보고나니 감회가 남달랐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제게는 큰 도전이었다. 한 단계 성숙해졌고, 사람 또 배우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며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용기를 얻고 도전할 수 있었다. 많이 배우면서 성장한 계기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 제공| HB엔터테인먼트

극 중에서 고보결은 처음으로 자신의 나이와 맞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동안인 덕분에 대부분의 작품에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연기했다. '도깨비'에서는 서른을 앞두고 반장 역으로 교복을 입었고, '하이바이, 마마' 권혜주 작가의 전작인 '고백부부'에서도 손호준의 대학생 시절 첫사랑 민서영을 연기했다. 

"늘 어린 역을 계속 맡다가 '하이바이, 마마'에서 갑자기 나이가 높아졌어요. 제 나이와 맞는 캐릭터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처해진 상황 때문이겠지만 오민정을 연기하면서 제 나이 또래가 이렇게 생각이 깊고 어른스럽구나 느낄 수 있어 조금 놀랐어요. '어른스러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오)민정 특유의 성격이겠지만 많이 어른스러운 역이었어요. 생각해 보니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게 어른스러움의 키포인트더라고요. 아이들은 기쁘고, 슬프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바로 말하는데 민정이는 좋아도, 기뻐도 잘 드러내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죠." 

'하이바이, 마마' 속 명장면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오민정이 술을 먹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조용한 오민정은 과음한 뒤 길거리를 뛰어다니고, 낙엽을 돈으로 착각해 코트 주머니에 쑤셔넣는 기행을 벌인다. 이를 말리려던 차유리(김태희), 고현정(신동미)와 부딪혀 얼굴이 깨지기도 한다. 

▲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 제공| HB엔터테인먼트

이 장면에는 고보결이 대학시절 배운 '낙법'이라는 김태희, 신동미와 훈훈한 팀워크라는 비결이 숨어있었다. 고보결은 "언니들이 너무 '잘한다, 잘한다'만 해주셨다. 촬영장만 생각하면 웃음이 날 정도로 즐거워서 많은 힘을 받았다. 언니들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셔서 언니들을 의지하면서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술주정 장면 촬영을 마치고 김태희는 '고보결의 인생 캐릭터다', 신동미는 '너랑 찰떡 옷을 입었다. 진기명기를 봤다'고 할 정도였다고. 

특히 고보결은 대학 시절 습득한 낙법 기술을 이 장면에 써먹었다. 고보결은 "대학 시절에 '신체와 훈련'이라는 교과목을 들으면서 낙법을 배웠다. 평생에 한 번 써먹을 날이 있을까 했는데 활용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멍 하나 없이 정말 깨끗하게 촬영을 마쳤다"고 웃었다.

이어 "대본에는 '뛰고, 부딪히며 또 뛰는 민정' 이런 지문만 나왔는데 제가 낙법을 쓸 때가 아닌가 했다. 낙법은 제 애드립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참 기쁘고 뿌듯한 장면이다. 제대로 배웠구나 싶다. 학점도 A+를 받았던 것 같다. 교수님 감사하다"고 말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 제공| HB엔터테인먼트

'하이바이, 마마'는 '어른이란 뭘까'라는 질문과 함께 '모성애'에 대한 질문도 고보결에게 안겼다. 고보결은 "오민정을 연기하며 엄마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 엄마 입장이 처음 돼봤으니가 실제로 엄마, 그리고 엄마 곁에 있는 아빠한테 '어떤 마음인 것 같아?'라고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대본을 다 읽어본 것처럼 대답을 해주시더라"며 "조언을 해주실 때마다 부모님의 눈빛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거구나'라고 느껴졌다. 너무 감동적이라 울컥울컥하기까지 했다. '하이바이, 마마'를 하면서 엄마, 아빠와 통화도 잦아졌다"고 드라마의 영향을 공개했다. 

고보결이 말하는 '하이바이, 마마'는 착한 사람들이 만든 착한 드라마다. 고보결은 많은 시청자들이 '하이바이, 마마'를 따뜻한 드라마, 위로와 힐링의 드라마라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제작진 분들도, 배우 분들도 '어떻게 이렇게 모든 사람이 착할 수 있지?'라고 말한 현장이었어요. 이게 작품이 주는 영향일까요. 사실 저희 드라마에는 악역이 없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말 따뜻한 분들만 모인 드라마 현장이었어요. 가족간의 사랑과 따뜻한 마음들을 그려냈기 때문에 저 역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온정을 보시는 분들도 함께 느끼셨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다들 건강하시고, 따뜻하게 '하이바이, 마마'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