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스-구로다의 위대함, 모튼 계약에서 다시 드러났다
2020-11-25 김태우 기자
그런 상황에서 찰리 모튼(37·애틀랜타)은 성실한 자기 관리로 현역을 만 38세까지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애틀랜타는 25일(한국시간) 모튼과 1년 1500만 달러(약 166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탬파베이에서 뛰었던 모튼은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했으나 일단 1년 더 현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과 조금 더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동부 팀을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모튼이 그 정도 계약을 따낼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크게 비싸지 않은 금액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뒤늦게 빛을 본 MLB 통산 93승의 모튼은 30대 중반에 이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2018년과 2019년은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모튼은 2017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97경기에 나가 546⅓이닝을 던지며 47승18패 평균자책점 3.34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큰 경기, 특히 긴박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잘 던지는 등 베테랑의 진가를 드러냈다. 내년 챔피언에 도전하는 애틀랜타로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수없이 오가는 오늘날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이다. 1년 1500만 달러 계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 38세의 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 37세 이상의 투수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15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건 모튼이 역대 4번째다. 이전에 3명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007년 로저 클레멘스가 뉴욕 양키스와 187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게 가장 ‘노익장’을 과시한 투수의 계약이다. 클레멘스는 당시 5월에 양키스와 계약했는데 당시 만 44세였다. 클레멘스는 만 42세 시즌이었던 2005년에는 휴스턴과 1800만 달러 계약을 했었다. 만 37세 이상 투수의 FA 계약으로 역대 1~2위 기록을 모두 클레멘스가 가지고 있다. 다만 약물 복용과 관련된 이슈로 은퇴 후 평가는 상당 부분 퇴색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렉 매덕스 또한 2007년 샌디에이고와 16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기억이 있다. 당시는 매덕스의 41세 시즌이었다. 매덕스는 2007년 14승을 거두며 식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고 2008년 8승을 더 추가한 끝에 통산 355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은퇴했다.
꾸준한 성적으로 팬들의 큰 신뢰를 얻은 구로다 히로키 역시 2014년 뉴욕 양키스와 16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이 대열에 합류한 선수다. 만 33세라는 늦은 시점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구로다는 만 39세 시즌인 2014년까지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한 번도 평균자책점이 4점대였던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성적을 과시했다. 당시의 화폐 가치를 생각하면, 모튼의 이번 계약은 앞선 세 선수의 위대함을 다시 실감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