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최악의 부상…와이드먼 정강이 골절에 실바가 꺼낸 말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으악!" 앤더슨 실바(46, 브라질)는 극심한 고통에 울부짖었다.
실바가 강하게 찬 로킥이 크리스 와이드먼(36, 미국)이 방어하려고 세운 무릎에 딱 걸렸다. 순간 왼쪽 정강이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로킥 방어법 중 하나인 '체킹 킥(Checking a kick)'이었다. 무에타이에선 '욕카방'이라고 부른다. 다리 각도를 틀어 단단한 무릎뼈로 로킥을 막으면, 공격자가 되려 대미지를 입는다.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는 격투기 경기 중 킥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아주 가끔 나오는데, 불운하게도 실바가 이 사고의 피해자가 됐다.
2013년 12월 29일(이하 한국 시간) UFC 168 메인이벤트는 UFC 역사상 가장 잔인한 장면을 낳은 경기로 남아 있다.
7년 5개월이 지났다. 옥타곤 위에서 똑같은 아찔한 사고가 일어났다. 운명의 장난처럼 로킥을 차다가 정강이가 부러진 이번 부상자는, 다름 아닌 와이드먼이었다.
지난 25일 UFC 261에서 와이드먼이 찬 로킥이 유라이아 홀의 킥 체크에 제대로 걸렸고, 마찬가지로 정강이가 뚝 부러졌다. 와이드먼도 실바처럼 고통에 신음했고 눈물을 흘렸다.
사람의 정강이에는 정강뼈와 종아리뼈가 있다. 실바와 와이드먼 모두 두 뼈가 복합 골절된 경우로, 뼈가 붙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빠진 근육을 붙이고 제대로 훈련을 재개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실바는 1년 만에 옥타곤에 돌아오긴 했다. 그러나 치료 기간을 단축하려고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쓴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샀다.
와이드먼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UFC에 복귀하려면 족히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동병상련이었다. 와이드먼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실바였다. 부상 소식을 접한 실바는 후배 파이터에게 따뜻한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믿음을 가지길. 나 역시 와이드먼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위대한 전사의 이 순간을 팬들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한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신께서 와이드먼과 그의 가족을 보살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실바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몇몇 UFC 팬들은 이 사고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UFC 168에서 실바가 부러진 다리를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와이드먼은 양팔을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며 당시 장면을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했다. 인과응보라는 것이었다.
와이드먼은 이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실바 골절상 후 내가 승리를 자축했다는 말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옥타곤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실바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다가갔다. 상황을 알았을 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바는 와이드먼에게 연패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7경기 1승 5패 1무효 전적으로 추락했고, 약물검사에 두 번이나 걸렸다. 지난해 11월 UFC와 계약이 해지됐다.
와이드먼은 2015년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다. 8경기 2승 6패.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 부상을 딛고 돌아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와이드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꽤 잔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고난을 버티고 전진하겠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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