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행' 효자 외국인, 첫 5강 탈락 위기에…"내 성적 아무 의미 없어"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개인 성적이 좋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는 벌써 4년째 두산 베어스를 대표하는 외국인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국내 타자들과 비교해 한 단계 높은 타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빼어난 안타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올해까지 4년 연속 KBO리그 생존에 성공했다.
페르난데스가 한국에서 보낸 지난 3년은 행복한 일만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197안타, 2020년 199안타로 2년 연속 최다 안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고, 팀과 함께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프로야구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는데, 페르난데스는 그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외국인 타자다.
이제는 한국과 두산 팀 문화에 익숙해져 '이방인'이라는 느낌 전혀 들지 않는다. 훈련할 때 동료들에게 간단한 한국어를 사용해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경기를 진 다음 날에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페르난데스는 이와 관련해 "전날 경기 결과는 최대한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기장에 나온다. 나와 동료들 모두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올해는 페르난데스가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지는 날이 지난 3년보다 더 많아졌다. 두산은 26일 현재 36승48패2무 승률 0.429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선두 SSG 랜더스와는 무려 22.5경기차까지 벌어졌고, 5위 KIA 타이거즈와도 8.5경기차가 난다. 아직 58경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5강 팀에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쉽게 좁히기 어려운 거리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5강에서 탈락할 위기다.
그래서인지 페르난데스는 올해 안타왕 타이틀 경쟁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웃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109안타로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2경기에서 5안타를 몰아치며 선두권을 바짝 추격했다. 112안타로 공동 1위인 삼성 호세 피렐라와 키움 이정후와 3개 차에 불과하다.
페르난데스는 "내 우선순위에서 개인 성적은 높지 않다. 팀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전반기도 만족하지 못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개인 성적이 좋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타구 질이 점점 좋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매일 똑같은 루틴을 유지해왔다. 결과가 좋을 때나 나쁠 때 모두 연습 과정에서 특별히 바꾼 것은 없다. 그렇게 꾸준히 내 것을 유지하면서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한국에 온 이래 최악의 팀 성적표를 받을 위기에 놓여 있어도 동료들을 향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그는 "팀 동료들 모두 '오늘은 꼭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은 지난 3년과 마찬가지다.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내 안타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