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에이스는 안방마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뜨거운 우정 뒷이야기

2022-07-26     고봉준 기자
▲ 충암고 윤영철(뒤)이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결승전에서 유신고를 상대로 1-3으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던 김동헌을 안아주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갈무리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삼진 콜이 울리자 주장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 안방마님 친구의 울음을 지켜보던 에이스는 슬며시 곁으로 다가가 꼭 껴안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유신고의 정상 탈환으로 끝난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린 25일 목동구장은 우승과 준우승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2019년 이후 다시 기쁨을 맛본 유신고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한 반면, 마지막 문턱에서 고개를 숙인 충암고 선수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상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뜨거운 눈물도 보였다. 충암고 3학년 포수 김동헌(18). 주장이자 4번타자로 동료와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김동헌은 준우승이 확정되기 무섭게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경기 후 만난 김동헌의 눈은 여전히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김동헌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나왔다. 중학교 3학년 때 결승전 이후 처음 울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주장으로서 청룡기 2연패를 이루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눈물이 나온 것 같다. 또, 3학년이 많이 없는 상황에서 도움을 준 동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고교야구에서 정상급 포수로 자리 잡은 김동헌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타율 0.294(17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으로 활약하면서 청룡기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또, 홈플레이트 뒤에선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하며 안방마님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주장과 포수, 4번타자라는 중책을 함께 짊어졌던 김동헌. 그만큼 이번 준우승의 아쉬움은 컸고, 이는 뜨거운 눈물로 흘러내렸다.

그런데 김동헌이 주저앉은 사이, 조용히 곁으로 다가온 이가 있었다. 바로 3학년 좌완투수 윤영철(18)이었다.

▲ 충암고 윤영철(왼쪽)과 김동헌이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결승전을 마친 뒤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 고봉준 기자

충암고 에이스인 윤영철은 이번 대회 3경기 17⅔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면서 마운드를 지켰다. 비록 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마지막 결승전을 뛰지 못했지만, 벤치에서 목청껏 소리치며 뜨거운 응원전을 주도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김동헌을 위로하며 아쉬움을 나눴다.

윤영철은 “꼭 이기자는 마음으로 응원했는데 아쉽게 졌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며 힘주어 말했다.

윤영철과 김동헌은 충암고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각각 마운드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쉽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 그만큼 우애도 깊은 둘이다.

윤영철은 “(김)동헌이는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나다. 특히 포수로서 블로킹이 좋아서 변화구를 마음 놓고 던질 수 있게 해준다. 또, 프레이밍 능력도 좋다”고 친구를 칭찬했다.

곁에서 이를 들으며 미소를 짓던 김동헌은 “(윤)영철이를 6년간 봐왔다. 항상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는 친구다. 영철이와 호흡을 맞추면 볼 배합을 하기가 편할 정도다”고 화답했다.

이번 청룡기를 통해 정상급 투수와 포수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각인시킨 윤영철과 김동헌. 비록 우승의 열매는 놓쳤지만, 이들에겐 8월 1일 개막하는 대통령배가 기다리고 있다. 또, 이 대회를 마치면 9월 15일 열리는 2023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가 새로운 야구 인생의 항로를 알려주게 된다.

대통령배 우승을 새로운 목표로 세운 윤영철과 김동헌은 끝으로 “프로에선 꼭 같은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말로 둘만의 진한 우정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