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구자욱-하주석-박민우 방망이의 처절한 배신… 이제 좋아질 것만 남았다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타자들의 방망이에서 뿜어져 나가는 타구의 질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힘도 좋아야 하고, 콘택트 능력도 있어야 하고, 배트 스피드도 필요하고, 공을 띄울 수 있는 폼도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를 육안으로 보고 감으로 평가했다면, 지금은 여러 가지 측정 기술로 객관화할 수 있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를 종합해 나오는 결과물이 타구 속도다. 타구 속도가 빠르면 아무래도 낙구 지점까지 빠르게 공이 가기에 수비수들이 따라가기 어려워 안타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다만 땅볼의 함정은 있다. 땅볼은 속도가 빠른데, 안타가 되기는 뜬공보다 어렵다. 그래서 발사각을 종합해야 한다. 이제는 10개 구단 모두가 트래킹 장비를 쓰고 있는 KBO리그 구단들도 이런 데이터로 선수들의 재능과 컨디션을 진단하고 개선해 나간다.
한 구단 전력 분석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타구 속도를 본다. 그에 맞는 이상적인 발사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타구 속도 자체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발사각이 너무 높거나 혹은 비정상적인 데이터가 나오면 타격폼이나 체력 등 여러 요소를 진단한다. 일단 안타, 뜬공, 땅볼 등 각 이벤트별로 측정되는 타구 속도를 기본으로 본다”고 했다.
타구 속도가 높아지는 건 여러 수치의 함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안타와 같은 결과물에서도 타구 속도가 떨어지는 건 이상 징후라고 보면 된다. 전반기 타구 속도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진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이 성적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이는 증명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트랙맨’이 전반기 주요 선수들의 타구 속도를 측정한 결과(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제외), 눈에 띄는 선수들은 구자욱(삼성), 박민우(NC), 하주석(한화), 호세 페르난데스(두산)와 같은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타격 성적이 개인 경력에 비해 신통치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평균적인 타구 속도가 떨어짐은 물론 발사각까지 같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질 좋은 타구는 결국 빠른 속도와 이상적인 발사각(8~32도)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이들은 양쪽에서 모두 고전했다.
구자욱의 경우 지난해 평균 타구 속도가 시속 141.7㎞로 빠른 편에 속했지만 올해 전반기에는 134.5㎞로 7.2㎞나 떨어졌다. 가뜩이나 2021년 수치가 이전보다 낮았던 박민우 또한 지난해 135.8㎞에서 올해 전반기 128.8㎞로 역시 7㎞ 떨어졌다. 하주석은 137㎞에서 129.8㎞로 7.2㎞가 줄었고, 페르난데스는 142㎞에서 134.5㎞로 7.6㎞가 감소했다. 이 정도 차이는 그냥 흘겨보고 넘어가기 어렵다.
문제는 발사각까지 같이 감소해 내야에 갇히는 타구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구자욱(14.3도→8.5도), 박민우(10.5도→9.7도), 하주석(8.1도→4.0도), 페르난데스(8.6도→5.7도) 모두 그랬다. 타구 속도에 따라 이상적인 발사각은 모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땅으로 향하는 타구들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은 좌타자들이고 아무래도 시프트에도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다보니 타율과 장타율 모두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부진은 계속될까. 올해 전반기 성적은 썩 좋지 못했지만, 작년 성적에서 보듯 이들은 기본적인 것들을 가지고 있음이 나타난다. 즉, 올해 전반기에 어떠한 문제로 일시적인 부진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미 트래킹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을 알고 있는 만큼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후반기 반등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데이터에 대해 한 구단 전력 분석원은 “구자욱의 경우는 전반기 부상 여파가 있었다. 그 여파로 인한 데이터 변화로 추측을 할 수 있다. 전반기 데이터보다는, 몸이 건강한 상황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더 중요할 것”이라면서 반등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박민우는 시즌 초반 징계 여파가 있었고, 하주석 또한 신체적‧정신적으로 유독 안 풀리는 전반기를 보낸 건 사실이다. 페르난데스는 이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4~5월보다 6월 이후 전체적인 타구질과 발사각이 좋아지는 양상이 있다는 설명이다.
진단은 나와 있는 만큼 얼마나 개선이 될지가 관건이다. 트래킹 데이터를 통한 코칭스태프의 처방이 관심이다. 전력 분석 관계자들이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보여주면 선수들은 ‘알겠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라고 매달리는 게 일반적이다. 원포인트 레슨이 될 수도 있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한 장기적 과제 해결이 될 수도 있다. 지도자들 또한 같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