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휴식 버텨 기적 썼던, '에이스' 국대 잠수함 필요하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감독님께서 많이 이야기하세요. 네가 잘 이끌어야 한다고."
국가대표 사이드암 최원준(28)은 두산 베어스 선발진을 이끄는 국내 에이스다. 최원준은 전반기 내내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3)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로버트 스탁(33)과 함께 원투펀치를 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12승4패, 158⅓이닝,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며 팀 내 투수 고과 1위에 올랐던 최원준을 높이 평가하며 올해 더 중용했다.
하지만 전반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17경기에서 5승(7패)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홈런 등 장타를 허용하는 일이 잦아지자 스스로 도망가는 투구를 펼쳤다. 2020년과 지난해 모두 한 시즌을 통틀어 15피홈런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전반기에만 홈런 13개를 허용했다.
최원준은 "전반기는 피홈런이 많았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계속 (붙으라고) 주문을 하셨는데, 도망가다 들어가다 맞고 계속 그랬다"고 되돌아봤다.
후반기마저 그럴 수는 없었다. 두산은 41승49패2무로 6위에 머물러 있다. 5위 KIA 타이거즈(48승45패1무)와는 5.5경기차로 남은 52경기에서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아야 끝까지 붙어볼 수 있다. 그러려면 선발진이 탄탄하게 돌아줘야 하는데, 미란다의 대체자로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28)과 스탁, 그리고 최원준이 가능한 긴 이닝을 실점없이 버텨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4, 5선발인 이영하(25)와 곽빈(23)이 부담을 덜고 등판할 수 있다.
최원준은 "(곽)빈이랑 (이)영하랑 최대한 부담을 안 가지려면 나랑 스탁, 브랜든이 잘해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친구들도 조금은 분위기를 타서 잘할 것 같아서 내가 그 임무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제가 잘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전반기 때는 내가 성적이 안 나다 보니까 잘 못했다. 후반기부터는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원준은 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⅔이닝 103구 6피안타 1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3-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초반 변화구가 좋지 않아 고전했는데, 꾸역꾸역 버텼다. 최원준은 "(박)세혁이 형이 오늘(3일)은 버텨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최대한 버텼다"고 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박세혁은 "솔직히 (최)원준이가 오늘은 못 던졌다. 그런데 최소 실점으로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 초반에 변화구가 다 맞아 나가서 직구를 바깥쪽 위아래 코스로 많이 던지게 하려 했다. 직구만 던질 수 없으니 다른 구종도 한번씩 섞어서 던지니까 마지막쯤에는 다시 좋아지더라. 좋아졌을 때는 다시 공격적으로 들어갔다. 왼손한테 슬라이더가 자꾸 맞아 나가서 원준이가 체인지업같은 포크볼을 하나 던진다. 그걸 많이 던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최원준은 지난해 막바지 미란다-워커 로켓 원투펀치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1선발을 맡아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경험이 있다. 5강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선발투수가 부족해 4일 휴식 등판 일정이 반복됐는데도 버텼다. 최원준이 없었다면 한때 7위까지 떨어졌던 두산이 4위로 가을 무대에 진출하는 기적을 쓰긴 어려웠다. 최원준은 포스트시즌까지 1선발의 임무를 다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선물했다.
올해도 두산이 기적을 쓰기 위해서는 각성한 최원준이 필요하다. 최원준은 "후반기 2경기에 등판했는데, 팀이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기는 상황에서 내려오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전반기의 아쉬움을 후반기에 모두 털어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