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가 된 이글스 원투펀치, 그냥 굴러 들어온 게 아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최민우 기자]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원투 펀치 예프리 라미레즈(29)와 펠릭스 페냐(32)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빠르게 KBO리그에 연착륙한 이들을 두고 ‘복덩이‘라고 부른다. 그냥 굴러들어온 행운이 아니다.
올해도 한화는 최하위가 확정적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부임 후 2년째 순위표 가장 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착수하면서 눈앞에 성적보단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팀을 운영했다. 꼴찌지만 희망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수베로호 2년차 시즌은 테마가 달라졌다. ‘이기는 야구’를 선언하면서 선수들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심으려 했다. 승리를 통해 얻는 성취감이 선수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리빌딩을 추구했다.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하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차포를 다 떼고 시즌 초반을 보낸 한화다. 마운드가 붕괴된 상황에서 속절없이 추락했다. 킹험과 카펜터 대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려 해도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한화도 빠르게 해외 스카우트를 미국에 파견했지만, 구미를 당기는 투수가 없었다.
그러다 한화 스카우트의 눈에 띈 투수가 있었다. 당초 리스트에는 없었지만, 투구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속이 증가했고, 빠른 구속도 계속 유지됐다. 또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채 투구를 이어가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팀 동료들을 존중하는 마음도 높게 평가됐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라미레즈다.
한화 관계자는 “처음에는 라미레즈의 에이전트가 KBO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사례가 없어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구단 계약 담당 스카우트가 협상을 이끌기 위해 한국 야구 문화와 과거 사례 등을 설명했다. 라미레즈가 기존 리스트에 있던 선수보다 우수 자원으로 판단했고,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스카우트들이 육안으로 확인하면, ‘데이터 가이‘라고 불리는 전략팀 소속 데이터파트 인원들도 세밀한 분석을 통해 자료를 제공했다. 해외 파견된 스카우트가 리스트업 하는 수많은 선수들을 데이터 가이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옥석을 골라냈다. 스카우트와 데이터 가이가 상호 협력을 통해 팀에 필요한, KBO리그에 적응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라미레즈와 페냐는 한화의 새로운 원투펀치가 됐다. 라미레즈는 7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41을 기록했다. 지난달 5일 NC전부터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페냐는 7월 30일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첫 QS를 기록. KBO리그 첫승을 수확했다.
수베로 감독은 “라미레즈와 페냐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6이닝을 책임져 주는 거에 고맙다. 오자마자 적응하기 힘들었을 텐데 너무 잘해주고 있다. 이들의 활약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흡족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