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 정말 멋있었다" 외조부상 슬픔 참고 경기 출전, 일본 팬들도 함께 울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도쿄 돔을 찾은 관중들을 놀라게 한 김주원의 경기 후 이야기가 현지 팬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김주원은 16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6-7로 끌려가던 9회 2사 후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려 7-7 무승부를 이끌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원은 "2아웃이기 때문에 마지막 타자가 되지 않으려는 결심으로 타석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침착하게 질문에 답하던 김주원은 한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일본에 왔을 때 김주원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대한 질문을 한 것.
'대표팀에 남아 홈런을 친 것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주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류지현 감독이 물을 건네며 김주원을 진정시켰고,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류지현 감독이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잠시 뒤 다시 요청드리겠습니다'고 양해를 구했다.
어렵게 입을 연 김주원은 "사실은, 일본에 입국한 다음 날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모님께서는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라’고 말씀해주셨다. 저 스스로도 직접 할아버지를 보내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에서의 플레이로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는 정말 제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할아버지를 제대로 보내드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주원은 말을 마치고 눈물을 닦았다.
류지현 감독도 "나 역시 부모님의 뜻을 들었다. 여러 요소가 맞물려 훌륭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WBC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다"며 "김주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도쿄 돔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극적인 한 방. 그 이면에는 야구의 신이 특별한 힘을 젊은 선수에게 내려주었는지도 모른다"고 김주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 일본 팬은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없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이라든지 그런 요소들도 결국 마지막에는 ‘멘탈’이라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마음으로 쳤다”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마음이 실리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생각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실리면 인간은 강해진다. 역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고 김주원의 마음가짐을 치켜세웠다.
다른 팬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퍼포먼스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깃드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멋진 타격이었다. 고인의 명복을 국경을 넘어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