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은 당연하다 봤는데…11승 ERA 3.50 송승기 충격의 신인왕 3위, '점수제'였다면 달랐을까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다승 공동 8위, 평균자책점 14위에 오른 '신인왕 후보'가 2위도 아닌 3위에 머물렀다. 1위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알았지만 3위는 분명 뜻밖이다. 어쩌면 '막장 투표'를 막기 위해 바뀐 투표 제도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점수제였다면 2위 표는 여럿 받지 않았을까.
24일 공개된 KBO 신인왕 투표 결과 kt 안현민은 예상대로 '올해의 신인'으로 공인받았다. 기자단 유효 투표 수 125표 중 110표를 쓸어담았다. 득표율 88%로 여유 있게 수상에 성공했다.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5표, 송승기(LG 트윈스)와 성영탁(KIA 타이거즈)이 각 3표 등으로 뒤를 이었다.
송승기의 '공동 3위'가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가대표' 정우주 또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신인이지만 그동안 언론의 신인왕 경쟁 구도에서는 뒤로 조금 밀려나 있던 선수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시즌 성적을 감안했을 때도 그렇다. 송승기는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손꼽히는 성적을 남겼다. 28경기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다승 공동 8위이자 평균자책점 14위에 오른 선수다.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는 다승 공동 2위(1위 원태인 13승)이면서 평균자책점 6위다. 정우주는 51경기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85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현재 MVP·신인왕 투표 제도가 이런 결과를 낳았을 수 있다. MVP와 신인왕 투표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점수제였다가, 2022년부터 1명 지정으로 바뀌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투표 방식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소위 '막장 투표'가 난립하면서 타이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이 점수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매년 투표 결과가 논란이 됐지만 이런 분위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투표 방식을 점수제에서 1명 선택으로 단순하게 바꿨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막장 투표' 논란은 여전히 반복됐다. 유력한 경쟁자가 없는 이상 1위 아닌 선수들 상당수가 '소수의견'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실상을 살펴보면 진지한 소수의견이라기 보다는 '막장 투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선전한 2위'가 외면받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 신인왕 투표에서 공동 3위에 오른 송승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의 투표 방식은 매년 '막장 투표' 지적만 하게 만든다. 점수제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