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박현철 기자] 아마추어 관계자에게 '03학번 또래 고교 최고 투수 유망주는 누구였나요'라고 물어보면 광주일고 김대우(롯데), 성남고 노경은(두산), 동산고 송은범(한화) 등 답이 나뉘었다. 그러나 '03학번 고교 최고 타자'를 물어보면 답은 대체로 한 명을 주목했다. 바로 '경남고의 이치로' 박정준(31, NC 다이노스). 그러나 데뷔 후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 박정준이 다시 투지를 불태우며 1군 재진입을 노린다.  

경남고 시절 공수주에 모두 능한 좌타 외야수로서 2003년 롯데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정준은 정식 데뷔 전 스프링캠프에서 당시 시애틀의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를 상대로 홈런도 때려내며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뛰어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상무 제대 후 롯데로 복귀한 첫 해인 2009시즌 63경기 0.285 5홈런 25타점 3도루가 커리어하이 시즌. 이후 2010년 12월 고원준(상무)의 반대급부로 우완 이정훈(넥센)과 함께 1-2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서도 박정준의 안락한 자리는 없었다. 결국 박정준은 2013년 4월 2-3 트레이드로 NC에 입단했다. 우완 송신영과 신재영(경찰청)이 넥센으로 가고 박정준과 내야수 지석훈, 이창섭이 NC로 이적했다. 펀치력도 갖추고 선구안도 좋은 중장거리 타자였으나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아직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큰 잠재력에 비해 운이 없기도 했다.

2015시즌 개막 엔트리 진입을 노리던 박정준은 열심히 야구에 매진했으나 아쉽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종욱-나성범에 2013시즌 도루왕 김종호가 주전 외야 라인업을 지키는 만큼 박정준이 당장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7일 NC 퓨처스팀인 고양 다이노스의 홈구장(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위치)에서 만난 박정준. 주성치를 닮은 그의 얼굴은 롯데 시절, 넥센 시절보다 훨씬 검게 그을렸다. 스프링캠프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덧 프로 13년 차가 되었다. 그러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만큼 항상 준비하며 출격 지시에 뛰어나갈 수 있도록 갖춰 놓고 있다”라며 투지를 불태운 박정준이다.

“특별히 부상은 없었습니다. 몸은 프로 데뷔 이래 가장 괜찮은 시즌이에요. 비활동기간에도 개인 훈련에 힘을 쏟았고 캠프에서도 건강한 만큼 더욱 뛰고 더 많이 휘두르는 데 집중했습니다. 아쉽게 개막 엔트리는 포함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계속 집중하고 있어요. 장기 레이스를 치르며 만에 있을 지 모르는 1군 멤버 부상 시 최대한 공백을 없애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선수 본인에게 미안했던 질문. 그러나 워낙 아마추어 시절 활약이 뛰어났고 잠재력도 컸던 만큼 전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데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추어 때 못했던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애써 웃은 박정준은 롯데 시절과 넥센 시절을 떠올렸다. 특히 가장 많은 기회가 왔던 2009시즌이 더욱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2009시즌 이름을 알렸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조금 더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돌아보니 저도 어느덧 적은 나이가 아니네요. 후배에게 직접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기보다 훈련 자세 등에 있어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구는 사실 둥근 공과 단면이 둥근 배트가 부딪히며 이뤄지는 경기이지 않습니까. 어떤 변수가 있을 지 모르는 만큼 성실함을 잃지 않고자 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동료들, 후배들도 동기부여 요소를 찾으며 또 자신감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퓨처스팀에 있던 선수는 그만큼 기회가 얼마나 간절한 지 알고 있다. 그리고 진짜 강한 팀은 1군 무대에서 주전 선수의 부상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을 때 주전 못지 않은 백업이 나타나 팀을 대신 이끈다. 박정준을 그저 잊혀진 유망주로 치부하기보다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타석에 섰을 때 후회 없이 타격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결과가 안 좋을 때 지나치게 후회를 했거든요. 열심히 하면 기회는 반드시 올 테니 자신감을 갖추고 나서고 싶습니다. 야구장에서 정말 '미친 놈처럼' 야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질기게, 독하게. 아웃당하더라도 쉽게 물러나지 않고 투수를 끝까지 괴롭히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그 모습을 꼭 야구장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인터뷰를 마친 후 박정준은 한화 퓨처스팀과의 홈 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출장해 3타수 1안타(2루타 1개) 2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1군은 아니었으나 본인의 말처럼 투수를 끝끝내 괴롭힌 4출루. 박정준이 이 모습을 1군에서도 재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 박정준 ⓒ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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