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강화도(인천), 박현철 기자] “우리 창욱이 잘 부탁드립니다. 10년을 기다려 지난해 승리를 거둔 선수에요. 인간 승리 아닙니까.” 

지난 17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SK 퓨처스파크에서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제춘모 SK 와이번스 퓨처스 투수코치는 한 선수를 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10년은 과장된 표현이기는 해도 어깨 부상과 수술을 이기고 돌아온 2차 1라운드 출신 우완을 가리킨 제 코치의 애정어린 말. 프로 데뷔와 함께 실력과 외모로 인정받았으나 어깨 부상에 발목 잡혀 아쉽게 선수 생활을 접은 제 코치는 후배가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랐다. SK 9년차 우완 이창욱(31)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군산상고-고려대를 거쳐 2007년 SK에 2차 1라운드로 각광받으며 입단한 이창욱. 그러나 입단과 동시에 어깨 부상과 수술로 인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군 입대와 함께 사실상 은퇴까지 내몰렸던 이창욱. 그러나 우여곡절 끝 다시 야구로 돌아왔고 지난해 5월17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1회 박희수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깔끔한 투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포심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 정도이지만 대졸 투수가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창욱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안정된 제구력이다.

“몸 상태는 굉장히 좋습니다. 컨디션도 좋고요. 1군에 다시 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입단 직후 어깨 부상으로 인해 수술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그러다보니 늦깎이가 되었네요.” 지난 일인 만큼 웃으며 이야기하면서도 이창욱의 목소리는 점차 가라앉았다.

선수 생활 재개가 불투명했던 이창욱을 다잡은 것은 바로 긍정의 힘이다. 데뷔 8년 만의 첫 승을 거둔 뒤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던 데는 선수 본인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공로가 컸다. 특히 가족들 말고도 루키군의 김경태 코치가 이창욱에게 큰 힘이 되었다. 김 코치 또한 현역 시절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했으나 일본 독립리그에서 재기,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던 바 있다. 그만큼 김 코치는 아팠던 투수가 어떻게 '힐링'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이창욱은 김 코치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어려웠던 시간을 이겨냈습니다. 특히 루키군 김경태 코치님께서 제 마인드나 부정적인 생각 등을 많이 바꿔주셨지요.” 사실 부상으로 인해 재활하는 선수의 마음은 이를 직접 겪어본 사람이 아닌 이상 모른다.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선수 본인이 무한히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버티는 것이 필수. 그 모진 시간을 이긴 자신이 대견했기 때문인지 이창욱의 말은 담담했으나 표정은 확실히 뿌듯했다.

자신의 어필 포인트에 대해 묻자 이창욱은 “구속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제구력을 바탕으로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완급 조절 능력을 갖췄다”라며 기교파 투수라고 자평했다. 데뷔 후 8년의 시간 동안 어둠 속에 있던, 그리고 다시 빛을 향해 걸어가는 이창욱에게 '훗날 은퇴 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지' 물어보았다.

“글쎄요. 생각은 안 해봤던 것 같습니다. 다만 'SK에 이창욱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라는 기억은 남기고 싶어요. 단순히 'SK에 있었다'라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을 남겼으면. 임팩트 있는 활약상으로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습니다.”

인터뷰 후 LG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8회초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창욱은 2아웃까지 잘 잡은 뒤 실책성 수비와 피안타로 인해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대타 양원혁을 상대로 코너워크 제구에 집중했으나 공이 존 모서리에서 살짝 엇나가는 바람에 풀카운트 대결을 펼친 이창욱. 그러나 이창욱은 결정구를 던져 2루 땅볼을 유도한 뒤 8회초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매조지며 2-1 끝내기 승리에 공헌했다. SK 퓨처스팀 셋업맨으로 9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59(20일 현재)의 호성적을 기록 중인 이창욱은 긍정 마인드와 담력을 갖추고 1군 복귀를 기다린다.



[사진1,2] 이창욱 ⓒ SPOTV NEWS 강화도(인천), 한희재 기자

[영상] 이창욱 인터뷰 및 첫 승 영상 ⓒ SPOTV NEWS 영상편집 배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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