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기술 구성을 높이며 큰 무대에 도전했지만 다양한 4회전 점프로 무장한 세계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벽은 주니어 무대에서도 높았다.

차준환(16, 휘문고)이 두 번째로 출전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올랐다. 지난해 7위에서 순위를 2계단 끌어올렸다. 차준환은 1988년 이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한 정성일(48) 코치가 세운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뛰어넘었다. 나름 값진 성과를 올렸지만 시상대에는 서지 못했다.

차준환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5.59점 예술점수(PCS) 75.52점을 감점(Deduction) 1점을 합친 160.11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82.34점과 합친 총점 242.45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5위에 올랐다.

애초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 경기에 성공해 메달권 안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주니어 무대 강자들이 대부분 출전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 2위를 차지하며 메달은 물론 우승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4회전 점프로 무장한 경쟁자들의 기량은 만만치 않았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4회전) 살코와 트리플 악셀+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하며 프리스케이팅 6위에 그쳤다.

▲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성인 무대 못지않은 '4회전 점프 전쟁'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빈센트 저우(17, 미국)는 시니어 선수 못지않은 점프 구성을 선보였다. 그는 토(Toe : 스케이트 토 부분을 빙판에 찍고 도약하는 점프) 점프 가운데 가장 어려운 러츠를 4회전으로 뛰었다. 기초 점수 13.6점인 쿼드러플 러츠를 깨끗하게 뛴 저우는 가산점(GOE) 1.86점을 보태 이 기술로만 15.46점을 받았다.

이어진 점프는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였다. 이 기술은 물론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도 깨끗하게 뛰었다. 지난해 12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위에 그쳤던 저우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도 5위에 머물렀다.

주니어 국제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규정상 4회전 점프를 뛸 수 없다. 저우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감춘 날카로운 발톱을 프리스케이팅에서 드러냈다. 4회전 점프를 3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또 트리플 악셀 2번과 트리플 플립, 트리플 루프 트리플 러츠+싱글 루프+트리플 살코를 모두 깨끗하게 뛰며 프리스케이팅에서만 179.24점을 받았다.

총점 258.11점을 기록한 저우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프로그램 1위 드미트리 알리예프(18, 러시아)는 4회전 점프를 한 번 뛰었지만 안정된 경기력으로 2위에 올랐다. 3위 알렉산더 사마린(19, 러시아)는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단독 쿼드러플 토루프를 뛰었다.

▲ 2016~2017 시즌 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우승한 빈센트 저우 ⓒ GettyImages

차준환은 경쟁력을 위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두 번 시도했다. 쿼드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깨끗했다. 기초 점수 11.8점은 물론 가산점 0.86점까지 보태 이 기술로만 12.66점을 받았다.

그러나 단독 쿼드러플 살코에서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가 나왔다. 트리플 악셀+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는 마지막 점프가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 판정이 지적됐다.

차준환은 4회전 점프는 물론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에서도 밀렸다. 그가 받은 PCS 점수 75.52점은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가운데 4번째로 높았다.

아직 어린 나이, 4회전 점프와 PCS 점수 보완해야 평창 선전 가능

차준환은 이번 대회 5위권 안에 진입한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리다. 두 번째로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며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해 9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세운 종전 총점 개인 최고 점수인 239.47점도 뛰어넘었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나름 값진 성과도 얻었다.

차준환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올 시즌 그는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타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경기를 마친 그는 소속사인 갤럭시아SM에 "이번 프로그램에서 실수가 나와 아쉽다.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높은 기술 구성으로 도전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쿼드러플 살코에서 실수한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실수가 나왔다"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차준환은 살코 외에 "토루프와 루프도 4회전으로 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니어 무대 데뷔를 앞둔 그는 3개의 4회전 점프를 준비 중이다. 현재 시니어 무대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5개 이상의 4회전 점프를 뛴다. 남자 싱글의 기술 수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 차준환(왼쪽)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 ⓒ 곽혜미 기자

차준환은 "앞으로 스케이팅 스킬을 많이 보완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한국 선수 대부분이 하는 말이다. 한국 선수들은 피겨스케이팅의 기둥과 비슷한 스케이팅에서 약점이 나타난다. 오랜 시간 동안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 보니 스케이팅보다 점프 훈련에 연연한다. 이런 현실로 어린 시절부터 탄탄하게 익혀야 할 스케이팅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난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차준환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7위를 차지했다. 조금씩 가능성을 보인 그는 브라이언 오서(55, 캐나다)의 조련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쾌적한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그는 메달은 놓쳤지만 성장에 밑거름이 될 예방주사를 맞았다. 올 시즌을 마감한 차준환은 차기 시즌을 준비한다. 그는 "비시즌에는 4회전 점프도 중요하지만 부상이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리를 잘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부상 없이 열심히 훈련하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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