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광주 SK전, 그것도 8회는 왜 지금의 KIA가 강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 이닝이었다.
KIA는 3-2로 앞선 8회초, 믿었던 한승혁이 SK 최정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8회말 곧바로 반격에 성공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 과정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었다.
먼저 100억 원짜리 이적생 최형우가 제 몫을 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는 볼카운트 1-2의 불리한 상황에서 4구째 포크볼을 걷어 올려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했다. SK가 일찌감치 꺼내 든 마무리 서진용 카드를 초장부터 무너트리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다음 타자는 최형우 가세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했던 나지완. 분위기는 이미 KIA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때 폭투가 나오며 최형우가 3루까지 진출했다.
나지완의 어깨는 더욱 가벼워졌다. 볼을 따라다닐 필요가 없었다. 외야 플라이 하나만 쳐도 동점이 될 수 있다는 안도감은 나지완을 침착하게 만들어 줬다. 볼넷을 얻어 무사 1, 3루.
다음 타자 서동욱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KIA엔 남은 카드가 더 있었다. 대주자로 나선 최원준이 2루 도루를 성공하며 서동욱의 잔영을 지웠다.
최원준은 퓨처스리그 도루왕 출신의 유망주. 작전이 간파돼 피치드 아웃에 걸렸지만 2루에서 세이프 되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KIA의 선수층이 그만큼 두꺼워졌다는 걸 뜻하는 대목이었다.
이 도루는 KIA의 역전에 귀중한 발판이 됐다. 주자가 2루로 진루하자 SK의 내, 외야는 모두 전진 수비를 했다. 내야수는 3루 주자를 홈에서 승부하기 위해서, 외야수는 안타 때 2루 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다음 타자 김선빈의 타구는 중견수 김강민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2루타. 만약 정상 수비였다면 김강민의 넓은 수비 범위에 잡혔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랬다면 동점에 그쳤을 것이고 2사 후이기 때문에 역전이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모든 것은 최원준의 도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역전에 성공한 KIA는 한승택의 쐐기타에 힘입어 한 점을 더 달아났다. 해 줘야 할 선수들이 기회를 만드는 것은 물론 다음 타자들이 맘 편히 타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 그리고 그 찬스에서 모자란 2%를 채워줄 수 있는 백업 요원들의 활약. 지금의 KIA가 왜 잘나가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물론 KIA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 불펜이 생각보다 더 헐거워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약점을 감싸고도 남을 장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불펜의 부담이 덜어지며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SK전 8회말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이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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