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 영상 촬영 정찬 기자, 편집 임창만 기자]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6)가 해설가로 돌아왔다. 그는 매트를 떠난 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끼를 지녔던 그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에게 리듬체조는 뗄 수 없는 운명이었다.

지난해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신수지는 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다시 복귀했다. 그는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대회와 새로운 선수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

SPOTV 리듬체조 해설가로 올해 활약하게 된 신수지는 "오랫동안 해설가에서 떠나있었다. 느낌이 새롭다. 예전에 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생동감 있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 신수지 ⓒ 한희재 기자

스포츠 전도사로 활약하던 중 볼링 선수로 '제 2의 인생' 시작

매트 위에서 갖가지 동작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신수지는 수구를 놓고 15파운드 볼링 볼을 들었다. 2년 전 그는 프로 볼링 선수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볼링뿐만이 아닌 골프, 수영, 농구, 야구 등 다양한 종목을 체험하며 스포츠 전도사로 활약했다.

"그동안 방송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종목을 체험했는데 공을 가지고 하는 종목은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음 위에서 하는 종목은 힘들었어요.(웃음)"

17세 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신수지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유연성이었다. 다른 선수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지녔던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등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비록 매트를 떠났지만 리듬체조로 익힌 운동감각은 그의 양 어깨에 날개를 달아줬다. 체험하는 종목에서 한층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던 신수지는 볼링 선수로 변신했다.

"올해는 제가 출전할 수 있는 볼링 대회에 다 출전하려고 합니다. 매일매일 연습하고 있고 골프도 병행하고 있어요. 올해 출전하려는 대회는 최소 10개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수지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를 '리듬체조 선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신수지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리듬체조란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도 어린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란 생각은 없어요.(웃음) 워낙 선수 시절 고생도 많이 해서 그런데 리듬체조는 저와 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 신수지 ⓒ 한희재 기자

손연재 떠난 한국 리듬체조, 월드컵 대회 출전 선수 없어 아쉽지만 희망은 있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홀로 갈아치웠던 후배 손연재(23, 연세대)도 올해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 리듬체조 붐을 형성했던 신수지와 손연재는 모두 매트를 떠난 상태다. 이들이 없는 한국 리듬체조는 침체기에 빠졌다. 당장 국제 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해설하면서 힘든 점은 올해 룰이 완전하게 바뀌었습니다. 설명하면서 계속 지난해 룰이 생각나는 거예요.(웃음) 이런 점이 힘들었고 한국 선수들이 나와야 해설을 하면서도 힘이 날 텐데 그런 점이 아쉬웠어요. 하루빨리 (손)연재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신수지는 올 시즌 FIG 리듬체조 첫 월드컵 대회인 페사로 월드컵을 해설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리듬체조 무대는 세대교체 중이다. 지난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마르가리타 마문(22)과 야나 쿠드랍체바(20, 이상 러시아)는 은퇴했다.

손연재와 치열하게 메달 경쟁을 펼쳤던 안나 리자트디노바(24, 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4, 벨라루스)도 매트를 떠났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상위권을 점령했던 선수들이 모두 은퇴한 현재 어린 선수들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던 선수들은 노련미도 있고 무르익은 작품들을 보여줬어요. 그 선수들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도 줬지만 현재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은 이런 점이 부족해요.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보면 정말 특출나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잘하는 선수가 솔다토바 선수죠."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8, 러시아)는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의 계보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그는 몇몇 대회에서 마문과 쿠드랍체바를 제치고 우승한 적도 있었다. 나이가 어렸던 솔다토바는 마문과 쿠드랍체바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양보했지만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 후보다.

▲ 신수지 ⓒ 한희재 기자

"솔다토바 선수는 유연성도 좋고 근력도 뛰어나요. 앞으로 경험만 쌓으면 무섭게 성장할 선수입니다. 쇼맨십도 뛰어나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입니다. 유연성도 좋지만 회전수도 뛰어나요. 그런 점에서는 마문이나 쿠드랍체바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해설가로 신수지가 바라는 점은 손연재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후배가 등장하는 것이다.

"연재 바로 밑에는 없지만 어린 선수 가운데 재능이 뛰어난 후배들이 있다는 것은 들었어요. 이런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해서 연재의 뒤를 이었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여겨집니다. 많은 분이 계속 리듬체조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신수지는 후배들을 위한 아카데미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리듬체조는 여성에게 정말 아름다운 종목이고 성장할 때 체형이 예뻐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꿈나무 선수들도 계속 늘고 있어서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한편 신수지가 해설하는 2017년 FIG 리듬체조 페사로 월드컵은 15일 오후 5시 SPOTV on2에서 중계할 예정이다. 신수지는 이 대회는 물론 앞으로 열리는 FIG 리듬체조 월드컵 대회를 모두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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