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욱(오른쪽)이 임종은(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공을 다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부족하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전북 현대가 잘나가기만 하던 신태용호에 쓴맛을 보여줬다. 아마 이번 경기는 신태용호에 보약이 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 팀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연습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전반전 주전급 선수로만 11명을 꾸렸다. 20세 이하 선수로만 꾸려진 신태용호가 넘기엔 K리그 최강 팀 전북은 강했다. 그러나 이기기만 한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전북은 K리그 최고의 팀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직접 뛰는 것은 속도나 힘이 아예 차원이 다르다. 그걸 느껴보라고 연습 경기를 부탁드렸다”고 설명했다. 

전북은 실제로 강한 압박으로 신태용호를 압박했다. 전북은 K리그에서도 가장 강한 압박을 펼치는 팀이다. 최강희 감독은 ‘물러나는 수비’를 싫어한다. 전방으로 적극적으로 나가면서 끊어내는 수비를 즐긴다. 수비까지 라인을 높이고 강하게 압박하길 즐긴다.

높은 벽을 실감하고 더 갈고닦길 바란 선배들의 마음이었을까.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 전북은 20세 이하 선수들이 쉽게 보여줄 수 없는 힘과 속도로 압박을 가했다. 여기서 속도는 단순한 주력의 의미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다.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나 잉글랜드가 전북만큼 강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본선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전북의 전방 압박은 입에는 참 쓰지만 몸에는 참 좋은 ‘보약’이었다.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이용과 박원재는 유난히 더 강한 압박을 펼쳤다. 대인마크에 가까운 형태로 U-20 대표 팀의 에이스 두 선수를 막았다. 애초부터 공을 받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공을 받은 뒤 빼앗으려는 것은 초보적인 수비다. 두 경험 많은 선수는 애초에 두 어린 선수가 장점을 발휘할 수 없도록 싹을 잘랐다. 경기 뒤 백승호는 "압박이나 속도, 간격이 굉장히 좋았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만이 아니었다. 전반전 주전급 선수들을 상대하는 동안 U-20 대표 팀은 지난 아디다스 4개국 대회 때와 판이하게 다른 경기를 했다. 1대1에서 이기지 못하니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과연 프로 선수들의 벽은 높았다. 

여기에 강훈련에 떨어진 체력과 5천 명 가량 모인 관중 사이에서 긴장감까지 겹쳐 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실전 경기에서 느낄 압박감을 경험했다. 조영욱은 "형들 상대로 쫄아서(?) 잘못했다. 관중석에서 '전북!'을 외치니 원정인 것 같았다.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만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실전 모의고사였다.

▲ 경기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신태용호, 공격수 조영욱은 "대한민국 외쳐주시는데 좋더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발전하려면 부족한 것을 먼저 알아야 했다. 지난 4개국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성과는 확인했지만 발전, 보완할 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비슷한 실력에선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전북전에선 나타났다. 후배들의 도전을 정면으로 받아준 전북의 ‘형님’들이 실력 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백승호는 "전북 형들한테 감사한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이번 완패에서도 배운 점이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조영욱도 중앙 수비 김민재 형은 1년 차인데도 뚫기가 힘들었다. 조성환 선수도 노련하게 수비하더라. 조금 더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실력 차를 인정하면서 “분위기가 그렇게 좋진 않은데, 조금 더 이야기하면서 장점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패배는 선수들에게 분명 보약이 됐다. 부족한 점을 알게된 계기였다.

경기 뒤 신태용 감독은 “잘 나가던 선수들의 기세가 이번에 팍 꺾였다. 오히려 배울 점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할지 느낄 수 있었던 경기”라고 평가했다. 

잘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던 U-20 대표 팀이 전북에 완패하면서 오히려 부족했던 점을 대거 노출했다. 각급 연령별 대표를 거쳐 프로 무대까지 온 전북의 ‘형님’들은 후배들을 위해 정성껏 90분 동안 보약을 달여 먹였다. U-20 대표 팀 선수들은 그 쓴맛에 힘들어하겠지만 이제 1달도 남지 않은 본선에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영상] [U-20 WC] 전북전 후 백승호 인터뷰 "전북의 압박, 확실히 다르더라" ⓒ스포티비뉴스 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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