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대립군’은 광해의 성장을 담았다. 임진왜란으로 조선이 폐허가 되자 광해는 허수아비 왕으로 분조를 맡게 된다. 그리고 남의 군역을 대신 사는 대립군과 만난다. 어리고 유약한 왕 광해는 대립군과 만나 성장한다.

극 초반 광해는 유약하다. 왕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올리고 자신 스스로를 지킬 힘 조차 없다. 대립군과 분조 무리의 보호만이 자신을 지켜준다. 백성을 지킬 힘은 당연히 없다. 나라를 버리고 명나라로 피란을 가버린 선조를 대신해 의병을 모으려 떠난 길은 광해에게 두렵고 험난하기만 하다.

광해를 변화시킨 인물은 분조 일행과 대립군이다. 그중에서도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다. 무기력한 광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며 진심을 보여주는 분조 일행과 대립군을 보며 점차 변한다. 여전히 두렵지만, 그 두려움은 광해에게 힘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준 그들, 그리고 진짜 자신이 지켜야 할 백성을 위한, 성군의 길을 깨닫기 위한 과정이다.

여진구는 변해가는 광해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두려움을 느끼는 광해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는 여진구에 의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광해의 두려움을 대신하고, 힘없이 떨리는 목소리는 죽음 앞에 놓인 광해의 공포를 담아냈다. 모든 것을 버릴 결심을 한 광해는 무기력하지만, 후반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광해는 그 누구보다 강인하게 변해 있다. 

감정 조절에 탁월한 여진구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고, 여진구 역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며 변모하는 광해를 만들어냈다. 결국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들은 광해의 성장에 따라 배우 여진구의 성장도 함께 느끼게 된다.

한편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