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명이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안영명은 현재 한화 선발 마운드의 몇 안되는 희망이다. 최근 두 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를 하며 실점은 3점 이내로 막았다. 퀄리티 스타트가 적은 팀에서 나온 퀄리트 스타트 플러스 피칭. 그만큼 값진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선발 투수들의 릴레이 이탈로 신음하고 있는 한화 마운드를 지탱해 주고 있는 힘이다.

한 경기라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경기 내리 호투를 펼치며 의문 부호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안영명의 부활 키워드는 '투심 패스트볼'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안영명은 이제 모든 패스트볼을 투심으로 던지고 있다. 손에 확실하게 익으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지만 타자 앞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구종이다. 변화구는 아니지만 '변화'가 핵심이다.

머릿 속에 그려지는 투심 패스트볼은 현란한 회전과 날카로운 변화가 핵심이다. 멋들어지게 휘어 들어가는 궤적을 그리게 된다.

그런데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본 안영명의 투심은 이런 상상을 완전히 깨 버린다. 덜 회전하고 덜 꺾이는 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표 참조>

투심 패스트볼을 거의 던지지 않았던 2015년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안영명의 역설적 변화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일단 구속엔 별 차이가 없다는 좀이 첫 번째 포인트다. 이론적으로 투심 패스트볼은 포심 패스트볼 보다 2~3km 정도 느리게 찍힌다. 하지만 안영명의 투심을 포심 패스트볼과 별반 스피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역설의 시발점이다.

릴리스 포인트는 8cm나 높아졌지만 익스텐션(투수가 투구판을 밟고 앞으로 끌고 나오는 거리)는 짧아졌다. 공을 끝까지 가져와서 채는 폼은 아니라는 뜻이다. 안영명은 "굳이 끝까지 가지고 나와 회전을 주려 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무브먼트, 그리고 회전수다. 안영명이 최고의 피칭을 펼친 2일 NC전이 좋은 예다. 당시 안영명의 투심은 상하 무브먼트 34.15cm, 좌.우 무브먼트 15.40cm를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만 던진 2015년의 기록과 차이가 나는 수치다. 당시 상.하 무브먼트는 37.14cm로 지금보다 더 힘 있게 솟아올랐고 좌.우 무브먼트는 23.86cm로 더 오른쪽으로 휘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오른쪽으로 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공이다. 이런 공이 포심 패스트볼과 덜 휘었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또한 공의 회전수도 100rpm 이상 낮아졌다. "안영명 볼 끝에 힘이 생겼다"는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의 말과 배치되는 수치다.

안영명은 간단하게 답을 냈다. "난 투심에 쓸데 없는 힘을 싣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제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들은 (변하는)투심을 던지기 위해 팔을 비틀기까지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공 잡는 그립만 투심 그립으로 잡고 던진다. 당연히 회전이 줄고 움직임도 줄 수 밖에 없다. 대신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덜 휘는 투심,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안영명은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투심은 타자의 타격 중심을 살짝 빗나가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맞춰 잡는 투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삼진을 잡으려고 던지는 공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회전을 많이 주고 많이 휘도록 할 필요가 없다. 딱 필요한 만큼만 변하면 된다. 핵심은 타자의 배트 중심을 피하는 것이다. 배트를 나오게 만들면서 중심을 비켜가려면 많은 변화는 필요없다. 일단 지금까진 이 전략이 잘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상식과 거꾸로 가기 때문에 그의 투심은 더욱 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 2일 경기서도 7.1이닝 동안 삼진은 4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맞춰 잡으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불펜이 약한 한화에서 긴 이닝을 던져줄 선발 투수는 간절함 그 자체다. 안영명의 역발상 투심을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포심 패스트볼 보다 덜 변화하는 투심. 힘을 빼서 더욱 강력해진 안영명의 투구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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