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뼈 가장자리를 감싼 관절와순 손상으로 인해 지난 22일(한국 시간) 수술을 받은 류현진(28, LA 다저스). 우려했던 만큼 큰 수술은 아니지만 부위가 부위인 만큼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류현진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고정 기간만 해도 3~6주가 소요되며 재활까지 수 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어깨 수술과 관련, '남기세병원' 관절 부문 전문의 황우연 원장은 “일반적으로 관절와순 손상 혹은 회전근개 봉합 수술에는 3~6주 가량의 고정 기간이 소요되며 재활까지는 수 개월이 걸린다. 류현진이 받은 수술은 일반인도 수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팔을 앞뒤로 움직이는 데 있어 불안정성, 혹은 통증이 야기되었을 때 이뤄진다”라고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의 수술인 만큼 이미 어깨 관절와순 손상에 대한 부분은 야구팬들이 최근 많은 지식을 습득했을 정도. 시계를 되돌려보면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의 부상 소식은 등 근육통-데드암 증세-관절와순 마모 의심-손상에 대한 수술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등 근육통과 데드암 증세. 초기 증세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류현진의 경우는 2006년 한화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0이닝 이상을 던졌던 주축 선발 투수다. 2013년 말 류현진의 몸 상태를 체크했던 김병곤 스포사 원장도 “그 때도 이미 어깨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따라서 휴식기 동안 다음 시즌을 위해 보강 운동과 재활 치료에 주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단순히 메이저리거 뿐만 아니라 이는 로테이션 개근을 자주 하던 국내 투수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류현진은 미국 내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선수가 아니라 국내 무대와 국제대회를 통해 기량을 인정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케이스. 앞으로 해외 무대를 노크할 투수들에게도 류현진의 어깨 수술은 앞으로를 위한 관리와 예방 차원에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류현진의 부상 부위와 관련해 한국 땅을 밟은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도 고생하고 또 그로 인해 퇴출된 전례가 있다. 먼저 언급할 이는 바로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 니퍼트는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둔 동시에 뛰어난 적응력으로 웬만한 국내 선수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 선수다. 그러나 니퍼트의 경우도 2012~2013년 견갑골 부위로 인해 고생한 바 있다. 류현진이 수술한 부위인 관절와순은 바로 견갑골을 감싸고 있는 섬유질이다.
니퍼트의 경우 견갑골 부위 석회화 증세로 인해 고역을 치렀다. 2012년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 도중 이 석회질을 긁어내는 시술을 받았고 2013시즌 후반기 등 부상으로 인해 2달 가까이 1군에서 자리를 비웠던 바 있다. 이를 야기한 것은 바로 견갑골에 이상이 있었기 때문. 당시 두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진욱 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니퍼트에게 최대한 치료기간을 주었다. 김 감독도 현역 시절 이로 인해 조기은퇴했기 때문이다.
관절와순과는 다르지만 류현진도 2011시즌 중 견갑골 이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던 바 있다. 황 원장은 견갑골 및 석회화 증세에 대해 묻자 “어깨 관절낭 후면의 뼈를 견갑골이라고 일컫는다. 주위에 회전근개 근육 조직이 발달해있으며 팔을 뒤로 젖힐 때 이상 징후가 있다면 이 견갑골 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견갑골 석회화는 견갑골 부위 주변 허혈성 증세로 인해 일어나는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했다.
내부 근육이나 인대는 많이 쓰면 이상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 류현진의 경우는 어깨 근육을 많이 쓰면서 자연스레 관절와순에 이상이 생겼고 관절와순이 둘러싼 견갑골에 통증이 일어나면서 첫 징후가 등 근육통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등 윗부분, 속칭 날갯죽지 부위의 뼈가 바로 견갑골이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 도중 등 근육통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 스케줄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던 이유다.
그리고 니퍼트의 경우는 허혈성, 이 부위에 혈액 순환이 정상적이지 못해 체내 이산화탄소가 높아졌고 이 이산화탄소(CO2)가 뼈(칼슘, Ca)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석회화 증세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체내 순환을 마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정맥혈의 내부 출혈로 인해 석회화되는 경우도 있다. 5시즌이 채 안 되는 동안 55승을 올리고 있는 203cm 장신 니퍼트의 향후 몸 관리 중요성을 엿 볼 수 있다.
시범경기를 치른 후 시즌 초반 류현진은 데드암 증세로 고역을 치렀다. 힘껏 던져도 포심 구속이 130km대 초중반에 그쳤기 때문. 황 원장은 데드암 증세에 대해 “정확한 병명은 아니다. 데드암은 투구 단계에서 예리한 통증 등을 수반해 공의 스피드와 제구력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가진 어깨 힘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할 경우를 뜻한다.
KBO리그에서도 데드암 증세로 인해 결국 퇴출되었던 선수가 있다. 바로 2011시즌 초 두산이 영입했던 베네수엘라 우완 라몬 라미레즈(33). 명성 높은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가 두산 테스트에 응하지 않은 뒤 한동안 공석이던 가운데 캠프 막바지 입단한 선수.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출장 경력에 최고 148km의 포심과 괜찮은 체인지업을 갖춘 선수였으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23.63으로 무너진 뒤 데드암 증세로 결국 4월 퇴출되었다. 라미레즈를 대신해 두산은 페르난도 니에베를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한 바 있다.
당시 라미레즈는 프로 투수라고 보기 힘든 해괴한 투구폼으로 구단과 팬의 우려를 자아냈다. 데드암 증세가 투구폼을 무너뜨렸고 결국 공의 이상으로 이어졌던 것. 라미레즈를 지켜 본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체인지업 딱 하나 괜찮을 뿐 구위도 제구도 투구폼도 모두 안 좋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두산 유니폼을 입기 전 라미레즈는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꽤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결국 피로도가 위험에 달한 상태에서 두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06년부터 9시즌 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의 경우도 결국 어깨 과부하 현상이 데드암 증세로 이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류현진의 경우 가볍지 않은 수술을 받았으나 전망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류현진의 동산고 선배인 한 초등학교 감독은 “류현진은 워낙 영리해서 본인의 몸이 안 좋으면 스스로 완급조절을 앞세워 무리하지 않는 투구를 했고 무리했다 싶으면 스스로 관리도 잘했다. 또한 유연성이나 회복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다. 일반적인 어깨 수술 투수들의 케이스에 비하면 복귀까지 걸리는 속도는 분명 빠를 것”이라며 자신했다. 올 시즌을 아쉽게 마감하기는 했어도 치료-재활 단계를 잘 거친다면 성공적인 복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다. 2년 후 완전한 프리에이전트(FA)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SK 에이스 김광현도 2011~2012시즌 류현진과 똑같은 부위, 비슷한 증세로 인해 고전한 바 있다. 김광현은 수술 대신 재활로 차근차근 이를 보강하고 치료하는 데 힘써 지금은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또한 류현진의 2시즌 성공 케이스가 있는 만큼 미국과 일본에서도 국내 굴지 에이스들에 대해 관심이 높다. 좋은 성적을 꾸준히 올려 몸값을 높이고 해외무대로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내구력에서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는다면 결코 해외무대 진출을 노리는 투수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그만큼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진] 류현진 ⓒ Gettyimage
[영상] 남기세병원 관절 전문의 황우연 원장 인터뷰 ⓒ 스포티비뉴스 영상편집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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