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이글스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다. KBO 리그 역대 최다 불명예 타이기록이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기록은 LG(2003~2012년 시즌)가 갖고 있다.

한화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경기에서 5-13으로 대패했다. 

한화가 남은 14경기서 전승을 하더라고 69승 1무 74패가 돼 5위 SK가 9경기를 모두 패한 69승 1무 74패에 미치지 못한다. 승률은 같지만 상대 전적 우세(현재 10승 5패)로 SK가 5위가 된다. 

한화는 김인식 KBO 총재 특보가 팀을 이끌던 2007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10년째 가을 무대에 서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 시즌을 실패했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팀을 재정비해 내년 시즌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이 박종훈 한화 단장이다. LG 감독 출신인 박 단장은 전임 김성근 감독과 갈등을 감추지 않으며 마이 웨이를 했다. 결국 양측이 충돌하며 김 감독이 사실상 경질당했다.

그렇다면 이제 박 단장의 색깔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어떤 청사진으로 한화의 미래를 그려 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박 단장이 LG 감독 시절에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했었다는 점이다.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당시 박 단장이 내 놓았던 이론이 이른바 '빅 5 기둥론'이었다.

LG엔 국가 대표급 외야수들이 넘쳐 흘렀다. 이병규 박용택 이대형의 기존 라인에 이진영과 이택근이 FA로 팀을 옮겼다. 외야 자리는 3자리 인데 써야 할 선수는 5명이나 됐다.

주위의 우려에 박 단장은 "팀의 기둥이 돼야 할 선수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들이 기둥을 세워 줘야 그 그늘에서 젊은 유망주들이 맘껏 성장할 수 있다. 그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서라도 빅 5는 필요하다. 기용은 탄력적으로 하면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단장의 밑그림은 실패로 돌아갔다. 빅 5는 주인 의식을 갖지 못한 채 어정쩡한 스탠스에 머물러 있었고 기둥이 바로 서지 못하니 젊은 유망주들이 설 자리도 줄어들었다. 결국 성적도 미래도 잡지 못한 채 시즌을 보냈다. 박 단장도 팀을 떠나야 했다.

중요한 건 박 단장이 당시 야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빅 5와 같은 기둥론을 믿고 있다면 시즌 후 FA 시장 등에서 다시 한번 큰 손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일단 기존 내부 FA인 정근우 이용규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당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려 한다면 젊은 선수 위주의 시즌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화는 스토브리그를 조용하게 보내는 대신 훈련 강도를 높여 내실을 꾀할 수도 있다.

'훈련?'이라고 반문하는 팬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박 감독은 LG 감독 시절 그 어떤 역대 LG 감독보다 많은 훈련을 치렀다.

어찌됐건 어느새 조용히 가라앉아 버린 한화지만 시즌이 끝나면 다시 한번 큰 바람이 불어오게 된다. 그 바람이 한화호를 순항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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