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박항서 전 창원시청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 팀에 부임한 것에 이어, 정해성(59)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 수석코치로 베트남 명문클럽 호앙아인잘라이(HAGL) 총감독 및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했다. 

정 감독이 맡게 된 역할은 한국 축구가 오래도록 목말라 했던 클럽 플랜을 총괄 지휘하는 테크니컬 디렉터다. 1군팀 벤치에 앉아 직접 경기를 지휘하고, 지도자 구성 및 유소년 축구 전반까지 관장하는 총 책임자다. 크게 보고, 길게 보면서 디테일까지 살피는 축구 파트의 수장이 됐다.

만 59세의 정 감독에게 인생의 도전이자, 한국 축구 지도자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도전이다. 정 감독의 성공은 곧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한국 지도자들과 K리그가 새롭게 도전하고 발굴할 수 있는 ‘역할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25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공식 계약을 마친 정 감독과 인터뷰로 계약 배경과 베트남 현지 상황, 포부를 들었다. 

Q.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모교인 중앙고등학교 감독으로 부임했닥 대표 팀 수석코치를 거쳐 HAGL FC 총감독이자 기술위원장이 됐다. 
축구 행정가나 축구 감독 등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승부의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남은 열정을 쏟는 게 맞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 중앙고는 모교다. 교장선생님이나 학부형, 운영위에서도 내가 아예 떠나기 보다는 새 감독이 오더라도 기술고문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지금은 떠나지만 중앙고 기술고문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고, HAGL FC에서 유소년도 관리하니 전지훈련이나 교류전 등 향후 연결할 수 있는 것도 만들 생각이다.  

Q. 처음 제안을 받고 고민이 없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연락을 받았을 때 휴가 중이었다. 통화로 할 문제는 아니라 직접 만나서 얘기했다. 감독직만 제의한 게 아니라 유소년부터 총괄하고, 1군 팀은 물론 클럽 전체를 바꿔보다는 회장의 철학이 담겨있는 제안이었다.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던 일이었기에 가족들과 의논했고, 며칠 고민 끝에 결정했다. 

Q. 박항서 감독도 베트남 대표 팀에 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는지?
출발하기 전에 대한축구협 회장님이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하셔서 협회에 다녀왔다. 가보니 박 감독님도 오셨더라. 회장님과 셋이 차 한잔 했다. 서로 일정이 바빠 그 때 잠깐 이야기했다. 10월 27일에 하노이와 홈 경기가 있다. 그 경기가 공식 데뷔전이다. 박 감독님이 플레이쿠로 경기 보러 오신다고 한다. 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Q. 베트남 축구가 최근 떠오르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본선에 올라 선전했고,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이 간신히 2-1로 이겼다. 직접 와서 보니 어떤가?
오래 전에 베트남 축구에 대해 알고 있고, 생각하던 것과 느낌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가 생기면서 열기가 크다. 베트남의 국기가 축구다. 축구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한국에 프로축구가 태동할 때의 분위기. 운동장이나 시설은 열악하지만 1983년 슈퍼리그 시작할 때의 그 열기가 떠오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생각했던거, 우리가 오래 전에 같이 해봤던 여러가지 느낌들이, 뭐 크게 변하진 않았다. 축구 패턴은 지금 와서 한 경기를 봤는데, 신체적으로 작은 선수들이 빠른 패스를 일괄적으로 한다. 예전과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이인데, 그 전보다 많은걸 바꾸려고 하는 의지는 대단하다.

▲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Q. 바꾼다는 것은 한국축구가 강점으로 보였던 힘 있는 축구, 스피드한 축구를 정 감독에게 바라는 것인지?
그런 부분을 내게 원하는 게 있다. 훈련 통해서 보완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신체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이런 체격 조건의 선수들과 어떻게 좋은 축구를 만들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금 더 스피디한 축구로 보완하거나, 여러 부분에서 고민해야 한다. 나 혼자 하기 보다 코칭 스태프와 함께 의논하면서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것이다.  

Q. HAGL FC는 유소년 육성 등 체계적으로 클럽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온지 일주일 정도 됐다. 클럽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동향을 살피는 단계다. 클럽과얘기할 부분도 아직 많이 있다. 전체적으로 클럽의 지도자나, 아이들이나, 모든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예산이 불필요한 곳에 쓰이는 것은 없는지, 예산을 추가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11월 25일에 시즌이 끝난다. 4경기가 남았고, 4주 간의 시간이 있다. 그 안에 다 파악을 한 뒤 사장과 운영 방안에 대한 미팅을 하기로 했다. 

Q. 총감독이지만 벤치에 앉는다. 역할 범위, 코치진 구성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반 감독직과 역할이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내 밑에 감독이 새로 들어왔는데, 수석코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나와 그 친구가 짤 것이다. 그리고 각각 4명의 코치가 있는데, 그 4명의 역할을 4주간 지켜보며 코칭 스태프 구성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나와 계속 같이 할 사람을 정하고, 한국에서 코치를 데려얼지 등 파악을 마친 뒤 구단과 상의할 것이다. 우선 구단에서 스태프 구성 문제는 내게 전적으로 일임했다. 여기하고는 크게 다른게 없고. 내 밑에 감독이 새로 들어왔는데 수석코치 역할을 하고, 모든 훈련 

Q. 클럽 전체 발전을 위해 왔지만, 성적에 대한 목표도 있을 것 같다. 
지금 HAGL FC가 V리그 14개팀 중 12위다. 내년에는 중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두 번째 해에는 한 번 도전해봐야 한다. 우승권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삼아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Q. HAGL FC의 최고 스타는 쯔엉이다. 두 시즌 동안 K리그로 임대 이적했으나 기회를 받지 못했다. 내년에도 해외 진출 등 거취가 미정인데?
쯔엉 선수에 대해 아직 얘기한 것이 없다. HAGL FC의 1군 선수단 평균 나이가 22세다. 95% 이상의 선수들이 유스팀에서 올라왔다. HAGL FC의 유소년 시스템은 아스널과 MOU를 맺고,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시스템 자체는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험을 쌓기 시작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일주일 정도 파악했는데,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부분 등에 대해 세운 계획이 있는지?
클럽하우스에서 지낸 지 일주일이 됐다. 내부적으로 조금 수정할 부분들은 있다. 1군 선수들의 경우 프로 선수로 자질, 행동, 프로페셔널리즘이 어떤 것인지, 전체적으로 내규를 만들어서 선수들에게 인식시켜줘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아마추어리즘에 빠져있다. 어린 시절의 습성이 남아있는 것 같다. 훈련은 100% 소화하고 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프로의식을 찾아주고 만들어갈 것이다. 

Q. 본인에게도 지도자 경력, 축구 인생에 큰 도전이다. 한국 지도자들을 대표한 도전이기도 하다.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사실 축구인생의 뒷부분을 어떻게 장식할지 고민했는데, 아시아 지역이지만 해외에서 도전하게 됐다. 우리 보다는 축구 인프리가 뒤쳐진 베트남에서 역할을 하게 됐지만, 한편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해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무겁다. 잘하고 인정 받는다면 한국 축구계의 후배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총감독 겸 기술위원장이라는 역할, 한국 지도자들에게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는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
사장님과 나의 역할 구분이 확실하다. 사장님은 스폰서십, 재정적 측면을 총괄한다. 나는 클럽의모든 선수와 코치,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구성하고 책임진다. 내게 힘을 실어줬다. 어떻게 꾸려갈지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우선 베트나 정서를 모르니 베트남 코치들과 소통을 많이 할 생각이다.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구단을 잘 운영해보고 싶다.  

▲ 사진=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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