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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올림픽 피겨] 민유라가 한 번의 아리랑 위해 흘린 눈물을 아시나요

조영준 기자 cyj@spotvnews.co.kr 2018년 02월 20일 화요일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아리랑'을 연기하고 있는 민유라(왼쪽)-알렉산더 겜린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민유라(23)의 첫 번째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고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에서 '아리랑'을 연기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습니다. 민유라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평창 올림픽에서 프리 댄스에 진출해 제발 아리랑을 연기하고 싶다. 그것이 우선이다"는 말을 꾸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에서 마침내 그 꿈을 이뤘습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25)은 20일 마침내 아리랑을 연기했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보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몇 번의 실수가 있었지만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사실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전 종목 출전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올림픽 전 종목 출전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죠.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현실을 볼 때 아이스댄스 팀과 페어 팀을 꾸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아이스댄스 선수는 파트너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과거 몇몇 여자 선수들은 "파트너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댄스를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죠.

국내에 등록된 피겨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남자 선수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필요한 아이스댄스와 페어 팀을 만드는 것은 많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죠.

국내에 남자 선수가 없다 보니 외국에서 파트너를 구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러나 아이스댄스의 변방국인 한국에 쉽게 오려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귀화 작업을 거쳐 태극 마크를 달면 얻는 것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국에서 훈련했던 환경과는 차이가 큰 한국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합니다. 문화 차이도 큰 파트너와의 호흡도 이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죠.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 달렸지만 끝내 해체된 김레베카(앞)-키릴 미노프 조 ⓒ GettyIimages

평창 올림픽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아이스댄스 팀이 2팀 있었습니다. 김레베카(20)와 키릴 미노프(25, 러시아) 조 그리고 이호정(21)-감강인(22) 조였죠. 이들은 민유라-겜린 조에 앞서 평창 올림픽 출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김레베카-미노프 조는 미노프의 부상으로 해체됐습니다. 부상은 물론 훈련 여건 및 환경 적응 등 여러 문제가 있었죠. 미노프는 더는 팀을 같이 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들의 평창 올림픽 도전은 막을 내렸습니다.

또한 이호정-감강인 조도 끝내 결별했습니다. 1997년생인 이호정은 어린 시절 동갑내기 김해진(21, 이화여대) 박소연(21, 단국대)과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평가받았습니다. 인상적인 표정 연기와 탄탄한 스케이팅이 장점이었던 이호정은 2011년 발바닥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수술대에 올랐던 이호정은 결국 여자 싱글 선수의 꿈을 접고 아이스댄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호정은 "아이스댄스로 다시 선수 생활을 해서 기쁘다.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있다는 점만으로 만족한다"며 환하게 웃었죠.

그러나 이호정의 새로운 꿈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감강인과의 팀이 깨진 이후 이호정은 새 파트너를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호정도 은퇴를 결정하게 됐죠.

▲ 2018년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달려왔지만 해체된 이호정(왼쪽)-감강인 조, 이들은 각자 남녀 싱글 유망주로 각광받은 시절이 있었다. ⓒ GettyIimages

여러 이유를 따지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열악한 국내 환경입니다.

아이스댄스 선수들은 싱글 선수들과 같은 링크에서 훈련할 수 없습니다. 서로 움직이는 범위와 궤적이 다르기에 잘못하면 연습 도중 부딪혀 사고 위험이 큽니다. 가뜩이나 국내는 훈련할 링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싱글 선수들도 어렵게 링크장 대관을 하는 현실에서 댄스 선수들이 링크를 빌리는 일은 한층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이스댄스는 싱글에 들어가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아이스댄스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코치가 있습니다. 이들은 댄스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로킹을 가르치고 안무가는 따로 있어야 합니다. 선수가 두 명이다 보니 지원하는 스태프들도 많아지죠. 이렇다 보니 아이스댄스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결심해야 합니다.

선수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이들이 왜 아이스댄스 팀을 그만두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민유라-겜린이 평창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성장했고 그곳에서 훈련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보면 민유라-겜린은 국내 시스템이 아닌 미국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렌스에서 태어난 민유라는 재미교포입니다. 다섯 살 때부터 스케이트를 신었고 아이스댄스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 진출이 확정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민유라(오른쪽) ⓒ GettyIimages

민유라는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파트너를 구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2014~2015 시즌까지 호흡을 맞춰던 파트너인 티모시 콜레토(미국)와 헤어진 뒤 올림픽 출전에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겜린은 민유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요청을 들어줬습니다. 자신이 귀화해서 평창 올림픽에 가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죠. 겜린의 도움에 민유라는 힘을 얻었고 올림픽 출전을 위해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열린 네벨혼트로피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죠.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 아이스댄스의 올림픽 출전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온갖 힘든 일을 견디며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출전에 성공한 민유라는 뜨거운 눈물을 계속 쏟았습니다. 불과 2년 남짓 호흡을 맞춘 팀에게 큰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행히 이들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뛴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아이스댄스와 페어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섰습니다. 싱글 선수들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스댄스 선수들은 싱글과 비교해 훨씬 비용이 많이 들고 링크 대관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아이스댄스를 하려는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이죠.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 아리랑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포옹하는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 ⓒ 강릉, 스포티비뉴스

민유라와 겜린은 총점 147.74점으로 18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아이스댄스 사상 최고 성적입니다. 민유라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김연아 선수 때문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스댄스는 그렇지 않다. 아리랑을 연기해 한국 아이스댄스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예전에는 그냥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만 알더라. 그런데 지금은 아이스댄스 선수로 알아봐 주신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20일 올림픽 무대에서 펼친 '아리랑'을 위해 민유라가 흘린 눈물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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