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00년대 초반,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인라인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라인 스케이트 생활 체육 붐과 함께 '얼짱' 궉채이(28)의 등장으로 이 종목은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한국 스포츠에는 숨겨진 효자 종목이 많다. 인라인롤러 스케이트도 그 중 한 종목이다. '장거리 여왕' 우효숙(29, 안동시청)이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했고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이다. 인라인롤러 스케이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됐고 한국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인라인롤러 스케이트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에 채택되지 못했다. 빡빡한 예산 문제로 새로운 경기장 건설이 불안했고 결국 인라인 스케이트가 열릴 장소를 찾지 못했다. 4년 전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효자 종목은 정작 국내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초청받지 못했다.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라는 동기부여를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 인라인롤러의 미래를 책임질 여자 주니어대표선수들은 세계선수권에서 선전했다. 우효숙의 계보를 이를 '차세대 장거리 퀸' 유가람(20, 안양시청)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유가람은 1일 전남 나주롤러경기장에서 막을 내린 대회 여일반부 15,000m 결승에서 27분08초777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이지현(안동시청, 27분08초778)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유가람이 기록한 27분08초777은 지난 2009년 우효숙(당시 청주시청·현 안동시청)이 세웠던 27분28초100을 무려 19.323초 앞당긴 기록으로 6년 만에 경신했다. 대한인라인롤러협회의 관계자는 "유가람이야말로 우효숙의 뒤를 이어 시니어 무대에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가람과 함께 지난해 주니어 세계선수권 3,000m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고은(19, 청주시청)도 주목해야할 인재다. 정고은은 지난 3월 전국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0,000m 정상에 등극했다. 여고부 MVP에 올랐던 정고은은 올해 시니어로 데뷔한 유가람을 대신해 주니어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어린 유망주도 있다. '단거리 기대주' 김경서(13, 길주중)는 지난해 전국소년체육대회 여자 초등부 2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자신보다 학년이 높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3관왕에 등극했다.김경서는 인라인 롤러스케이트를 시작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발군의 운동신경을 가진 김경서는 타고난 파워와 순발력으로 단거리 기대주로 떠올랐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김경서는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금처럼 성장한다면 세계적인 단거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 속에서 인라인롤러 스케이트는 세계 정상을 향해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유가람은 현 장거리 챔피언인 양호첸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다. 정고은은 주니어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하고 있으며 김경서는 현재의 성장 속도를 이어가 세계 주니어 무대에 데뷔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1] 정고은(왼쪽) 유가람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사진2] 정고은(왼쪽) 유가람(가운데) 김경서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정고은(왼쪽) 유가람(가운데) 김경서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영상] 촬영 = 스포티비뉴스 배정호 기자 편집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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