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브 1위 정우람(한화). 철저한 관리 속에 리그 최강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해 내셔널리그 구원왕인 LA 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은 종종 8회에 마운드에 섰다. 믿을 만한 셋업맨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이브 41개 가운데 12개가 4아웃 세이브, 하나는 5아웃, 다른 하나는 6아웃 세이브였다.

잰슨에게 멀티 이닝을 맡기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운용은 ‘혹사’라는 일부의 지적을 피해 가지 못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이 중요한 경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마무리의 책임은 1이닝이다. 마무리 투수는 이닝이 바뀌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던져야 하기 때문에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셀 수 없이 많은 메이저리그 역대 마무리 투수 가운데 1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선수는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뿐이다. 그의 통산 652세이브 가운데 199세이브가 1이닝 이상 세이브였다.

KBO 리그에선 마무리 투수가 8회에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산 팀 내에서 세이브가 10개로 가장 많은 함덕주는 이 가운데 7경기에서 1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켰다. 이 가운데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3차례다. LG 마무리 정찬헌은 10세이브 가운데 4아웃 세이브가 3회, 5아웃 세이브가 1회다. 두산과 LG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팀이 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 이상을 맡겼다.

24일 현재 세이브 1위는 정우람이다. 18세이브로 2위 그룹을 8개 차로 멀찌감치 앞서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1개. 평균자책점은 0.82인 만큼 독보적이다. 정우람에겐 특징이 있다. 4아웃 이상 세이브가 단 1회라는 사실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우람은 되도록이면 1이닝만 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지켜 가고 있다. 연투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 SK 시절부터 8회, 길게는 7회부터 던져 경기를 끝냈던 정우람으로선 처음으로 관리를 받는 셈이다.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의 1이닝 투구에 대해 “그게 정답이다.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내 검증으로는 그렇다. 1이닝 세이브를 했을 때 마무리 투수는 자기 공을 가장 던질 수 있는 것”이라며 “나도 그랬고 다른 팀을 봤을 때 여러 팀이 중간 불펜이 힘드니 8회에 던지게 된다. 하지만 매 상황마다 8회에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도 같은 의견을 냈다. 김재윤은 “투수라면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다만 ‘이기적으로’ 생각했을 땐 1이닝을 투구했을 때 가장 힘 있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1이닝 투구가 적합하다는 내용은 현장의 지도자들 또한 공감한다. 그러나 팀 상황 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투수코치는 “대체적으로 팀 불펜 상황이 좋지 않다. 그래서 최근 마무리 투수들은 등판 간격도 그렇고 투구 수도 예전만큼 관리를 못 받는 것 같다. 마무리 투수라기보다는 마지막 투수라는 성격이 짙다”며 “팀 사정에 따라야지 별 수 있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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