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가 국가대표 10번의 책임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한준 기자
▲ 이승우 ⓒ한준 기자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신태용호는 하루를 쪼개고 쪼갠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그리고 러시아 현장까지. '스포티비뉴스'가 밀착취재로 '신태용호 25시'를 전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준 기자] 스웨덴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을 앞두고 한껏 고양됐던 대표 팀의 분위기는, 쓰린 패배로 축 쳐졌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18일 스웨덴전 0-1 패배 이후 곧바로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대표 팀은 19일 수중 회복 훈련을 소화할 때 웃음기가 없었다. 

멕시코와 2차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 비장한 것은 좋지만 쳐져선 안 된다. 선수들에겐 인터뷰도 부담스러운 상황. 19일에 베테랑 구자철이 나선 것에 이어 20일에는 ‘막내’ 이승우가 미드필더 정우영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이승우도 무표정한 채 회견장에 들어왔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했다. 이승우는 어쩌면 실언할 수 있을 여러 질문에 정답만 말했다.

-월드컵 데뷔전 소감은?
“꿈의 무대 데뷔해서 기뻤다. 팀이 아쉽게 지게 되어서 기쁨 보다 아쉬움 실망 컸다.” 

-멕시코전에 뛴다면?
“멕시코전을 내가 뛸지 안뛸지 모른다. 감독님만 안다.” 

-공격 포인트에 대한 의지는?
“내가 경기장에 들어가게 되면 공격 포인트가 중요한 거 같지 않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하는 선수로 우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 격려 받는 상황에서 득점, 도움 공격 포인트보다 선수들이 다같이 뭉쳐서 팀이 하나가 되어서 멕시코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좀 더 좋은 플레이로 잡을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막내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온 이승우에게 1차전 이후 내부 분위기를 묻자 자신이 따로 나설 일은 아니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어려서부터 월드컵 보면서 우리가 3승을 한 것은 못 봤다. 1패만 했고 두 경기가 남았다. 한 경기를 졌다고 팀 분위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형들을 믿고 코칭스태프를 믿는다. 쉽지 않지만 선수들이 서로 믿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분위기 가라앉지 않고 해온 대로 하고 있다.”

▲ 김신욱과 대화하는 이승우 ⓒ한준 기자


훈련 개시 시간이 임박해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이승우에게 못 다한 질문도 던졌다. 스페인어가 통하는 멕시코를 상대로 신경전이 벌어질 때 이승우에게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 같았다. 이승우는 스페인어를 쓰는 스웨덴전 엘살바도르 출신 주심과 경기 종료 후 “핸드볼 파울이 아니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승우는 이 질문에도 신중하게 정답을 말했다. “신경전 보다는 경기력에만 신경 쓰고 있다.”

취재진 앞에서 정돈된 자세를 보인 이승우는 훈련장으로 들어가자 다시 대표 팀의 활력소로 돌아갔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형들’과 어울리는 이승우는, 총총 거리도 돌아다니는 막내라기 보다 의젓해진 동생 같았다. 이승우는 만 20세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처음 대표 팀에 선발됐을 때 설렘과 긴장에 ‘어린 티’를 보였던 이승우는 대표 팀과 함께 보낸 시간이 어느덧 한달이 됐고, ‘성인 대표 선수’ 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승우는 팀 내에서 자신과 키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경기 스타일이 극과 극인 공격수 김신욱에게 적극적으로 플레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승우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대 주저하지 않았다.

▲ 대표 팀의 막내 이승우 ⓒ한준 기자


웜업 과정 중 론도(공을 돌리고 안에 있는 선수가 빼앗는 방식) 훈련을 할 때 김민우의 조에 들어갔다. 김민우 옆에서 춤을 추고 장난을 치고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이승우와 키가 엇비슷한 김민우는 잘 어울려 보였다. 스웨덴전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파울을 범한 뒤 눈물을 쏟았던 김민우의 정신 상태는 대표 팀이 우려하던 부분 중 하나였다. 이승우 옆에서 김민우는 환하게 웃으며 훈련했다.

이승우는 스웨덴전 후반 27분에 구자철 대신 투입됐다. 전반전 박주호의 부상 이탈이 신태용 감독의 후반전 교체 전략에 영향을 미쳤고, 후반 20분 페널티킥 실점으로 후반전 전략도 손상됐다. 스웨덴이 이미 내려선 상황에서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분주히 이곳 저곳을 뛰었지만 공간이 없었고, 과감하게 시도한 슈팅은 수비의 몸에 막혀 골문으로 날아가지 못했다.

그래도 이승우는 대표 팀의 분위기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다. 월드컵 첫 경기 경험으로 벌써 A매치 출전이 5경기로 늘어난 이승우. 그는 작고 어려 보이지만 어린 애가 아니었다. 월드컵에 등번호 10번을 달고 나선 이승우는 그에게 주어진 책임만큼 성장했고, 대표 팀 생활이 어색하지 않은 선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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