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포르투갈 축구를 대표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빛나고 있다.
▲ 1970년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청룡(한국 축구 대표 팀 1진 명칭, 2진은 백호)과 벤피카 친선경기에 입장하는 두 팀 선수들. 오른쪽 벤피카 선수들 가운데 에우제비오와 움베르투 쿠엘류가 있었다. ⓒ한국 축구 100년사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실력에 견줘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은 나라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포르투갈이 1966년 잉글랜드 대회와 2006년 독일 대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 이어 자국 축구 사상 4번째로 월드컵 1라운드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포르투갈은 20일 밤(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B조 모로코와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스페인과 3-3으로 비긴 포르투갈은 1승1무로 스페인과 승점과 골 득실 차, 다득점에서 모두 같지만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2로 -1인 스페인에 뒤져 조 2위에 올라 있다.

2패의 모로코가 탈락한 가운데 포르투갈은 26일 이란과 마지막 경기에서 지더라도 큰 점수 차가 아니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

포르투갈은 세계축구선수권대회인 월드컵과 달리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에서는 자기 실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1960년 창설 대회(프랑스) 이후 2016년 프랑스 대회까지 15차례 열린 대회에서 우승 1차례(2016년)와 준우승 1차례(2004년 포르투갈 대회) 3위 3차례(1984년 프랑스 대회 2000년 벨기에-네덜란드 대회 2012년 폴란드-우크라이나 대회) 8강 2차례(1996년 잉글랜드 대회 2008년 오스트리아-스위스 대회) 등 유럽 대륙에서 축구깨나 한다는 나라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성적표다.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 성적으로 보면 포투갈로서는 월드컵 역대 전적이 좀 아쉬울 듯하다.

이런 축구 실력을 가진 나라이니 공 잘 차는 이들도 꽤 많았다. 시대 역순으로 포르투갈 출신 우수 선수들을 몇 꼽아 봤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21일 현재 득점 1위(4골)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1세기 포르투갈이 낳은 최고의 축구 선수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 득점 레이스에 힘입어 A 매치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호날두는 20일 모로코와 경기에서 시작 4분 만에 주앙 무티뉴의 크로스를 헤더로 A 매치 85번째 골을 넣었다. 이 골로 호날두는 1940~50년대 전설적인 선수 푸스카스(헝가리)를 밀어내고 유럽 선수 가운데 A매치 최다 골 주인공이 됐다.

이 부문 1위는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에 2-6 패배를 안긴,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알리 다에이로 109골이다. 이 부문에는 아시아 선수도 여럿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가마모토 구니시게(80골 일본)가 4위, 후세인 사에드(78골 이라크)가 6위, 바샤르 압둘라(71골 쿠웨이트골)가 7위, 차범근(58골)이 28위다.

호날두의 큰형뻘 되는 루이스 피구는 포르투갈의 황금 세대 멤버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으로 국내 팬들에게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의 황금 세대는 20세 이하 월드컵 1989년 사우디아바리아 대회와 1991년 포르투갈 대회에서 2연속 우승한 선수들을 일컫는다. 피구는 1991년 우승 멤버이고 두 대회에 모두 뛴 선수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피구와 함께 활약한 핀투가 있다.

두 선수와 벤투, 루이 코스타 등 황금 세대 선수들을 앞세워 한일 월드컵에 야심 차게 나선 포르투갈은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복병 미국에 2-3으로 졌다. 2차전에서 폴란드를 4-0으로 꺾어 한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박지성에게 결정타를 맞고 조기 탈락했다. 한일 대회에서 충격을 받은 포르투갈은 절치부심해 다음 대회인 2006년 독일 대회에서 21세기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인 4위를 기록했다.

에우제비오는 중·장년 팬들에게는 펠레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갖고 있다. 북한이 8강에 오른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 3위를 할 때 주역인데다 4년 뒤인 1970년 소속 클럽인 벤피카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에우제비오는 그해 9월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국가 대표 1진인 청룡, 2진인 백호와 한 차례씩 평가전을 가져 가공할 득점력으로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우제비오는 백호와 경기에서 30m가 넘는 장거리 프리킥을 엄청난 감아 차기로 성공해 바로 전해인 1969년 보루시아 MG의 군터 네처가 펼쳐 보인 '바나나킥'의 진수를 국내 팬들에게 다시 한번 선사했다. 에우제비오가 5-3으로 역전승한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과 8강전에서 4골을 몰아 넣은 내용은 신세대 팬들도 잘 알고 있다. 4골 가운데 2골은 페널티킥 골이다.  

1970년 친선경기에서 벤피카는 백호를 5-0으로 크게 이겼고 청룡과는 에우제비오와 이회택이 한 골씩을 주고받아 1-1로 비겼다.

이때 벤피카 클럽에는 뒷날 한국 대표 팀 지휘봉을 잡게 되는 움베르투 쿠엘류[수비수]가 포함돼 있었다.

포르투갈 출신 우수 선수로는 리카르도 페레이라, 브루노 알베스, 나니, 파울레타, 누네 고메스, 루이 코스타, 세르히오 콘세시앙, 파울로 벤투, 호세 아우구스투 등 즐비하다. 

축구에서 남북한과  모두 얽혀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지리적으로 먼 서유럽 나라지만 축구로 왠지 가깝게 느껴지는 포르투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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