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영광을 재현하려고 야심 차게 나선 러시아 월드컵에서 폴란드는 조별 리그 2경기 만에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톱 시드를 받은 폴란드가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만에 1라운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폴란드는 25일 오전(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3으로 졌다.  폴란드는 20일 세네갈과 경기에서 1-2로 진데 이어 2연패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일본과 세네갈, 콜롬비아가 두 장의 녹아웃 스테이지행 티켓을 놓고 28일 밤 겨룬다.

이 경기는 폴란드와 콜롬비아 모두에 이른바 '단두대 매치'였다. 콜롬비아도 1차전에서 일본에 1-2로 져 두 나라 모두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앞서 열린 일본과 세네갈 경기에서 2-2 무승부가 나왔기 때문이다.

폴란드로서는 아쉬움이 무척 큰 결과일 것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조 추첨에서 개최국 러시아(65위)를 비롯해 독일(1위) 브라질(2위) 포르투갈(3위) 아르헨티나(4위) 벨기에(5위) 프랑스(7위)와 톱 시드에 배정됐다. 그때 폴란드는 FIFA 랭킹 6위였다. 지난해 8월 역대 최고 순위인 5위에서 조금 밀렸지만 톱 시드 순번을 받는 데 문제없었다.

폴란드는 이달 랭킹이 8위로 여전히 세계 축구 톱 10이다. 대회를 앞두고 올해 치른 4차례 친선 A매치에서는 한국에 3-2로 이기는 등 2승1무1패로 비교적 좋았다. 게다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요소들이 대회 시작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축구공은 둥글어서 어디로 구를지 모른다는 말을 폴란드가 실감 나게 되살려 줬다. 이변과 파란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월드컵이지만 폴란드가 조별 리그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터이다.

폴란드는 2002년 한일 대회에서는 한국에 0-2으로 치명타를 맞은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콜롬비아에 0-3으로 결정타를 맞고 또다시 조기 탈락했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는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에 0-2로 져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다.

1970년대 축구 강국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폴란드의 노력은 2000년대 들어 몇 차례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서 결실을 보는 듯했으나 아번 대회 실패로 큰 상처를 안게 됐다.

동유럽 축구는 1952년 헬싱키 대회 헝가리~1956년 멜버른 대회 소련~1960년 로마 대회 유고슬라비아~1964 도쿄 대회·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헝가리~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독 등 1950~70년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초강세를 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 폴란드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우승했다.

​이어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도 폴란드는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했다. 폴란드는 유럽 지역 예선 5조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제치고 본선에 올랐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아이티와 본선 1라운드 조별 리그 4조에 편성된 폴란드는 체제 문제와 통신 위성 지구국 미 설치 등 요인으로 동유럽 나라들 경기를 거의 보지 못했던 국내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하는 경기력을 펼쳤다.

남미 예선 2조를 3승 1무로 가볍게 통과한 아르헨티나를 3-2, 북중미 예선에서 트리나드토바고와 멕시코 등을 어렵지 않게 따돌린 아이티를 7-0, 유럽 예선 2조에서 터키 스위스 등과 겨뤄 4승2무로 가볍게 본선에 오른, 이 대회 전까지 월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를 2-1로 잡고 3연승을 달렸다.

폴란드는 본선 2라운드 조별 리그 B조에서는 스웨덴을 1-0, 동유럽의 강호 유고슬라비아를 2-1로 잡고 파죽의 5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같은 2승의 서독에 0-1로 진 뒤 3위 결정전에 나서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폴란드는 3위 성적과 함께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자국 월드컵 출전 사상 유일한 득점왕(그레고시 라토, 7골)을 낳았다.

폴란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은메달과 1982년 스페인 월드컵 3위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동유럽 나라로 월드컵 3위에 입상한 팀은 해체된 유고슬라비아에서 갈려 나온 크로아티아(1998년 프랑스 대회)가 유일하다.

폴란드가 이번 대회에서도 이루지 못한 1950~70년대 동유럽 축구 영광 재현의 꿈은 러시아(A조) 크로아티아(D조 이상 1라운드 통과) 또는 세르비아(E 조)가 이어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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