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감이 강점이었던 벨기에, 그리고 아자르.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똑같이 스리백을 구사하지만 벨기에의 완성도가 확연히 높았다.

벨기에는 14일 밤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잉글랜드를 2-0으로 이겼다.

두 팀은 나란히 이번 대회 내내 스리백을 썼다. 벨기에는 3-4-3 형태로 대호를 시작했지만 16강에서 일본(3-2 승)에 고전한 뒤 '하이브리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왼쪽 중앙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스리백과 포백 형태를 오가는 것이 특징. 공격적으로도 형태상 스리톱을 구사하지만 케빈 더 브라위너가 후방으로 깊이 내려온다.

잉글랜드는 3-1-4-2 포메이션이다. 풀백으로 주로 활약하는 카일 워커를 포함해 속도가 높아진 스리백을 구사했다. 전술적 핵심은 양쪽 윙백이다. 공격 시엔 좌우로 넓게 경기장을 쓰고 크로스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수비 시에 적극적으로 내려와 파이브백으로 전환해 수비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결과가 절대적이지 않은 경기에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워커를 벤치에 앉히고 필 존스를 출전시켰다.

◆ 역습에서 빠른 벨기에, 지공에도 속도를 낼 줄 알았다

같은 스리백을 펼치지만 속도감이 달랐다. 벨기에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속도감을 살렸다. 벨기에는 이른 시간 터진 첫 골부터 '속도'를 보여줬다. 공간을 빠르게 찾아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 전반 4분 토마 뫼니에는 왼쪽 측면에서 나세르 샤들리가 오버래핑 이후 올려준 크로스를 앞으로 잘라 움직이면서 마무리했다. 샤들리도 공간으로 움직이고 뫼니에도 공간으로 움직였다. 

폭발적인 속도와 한 수 위 개인 기량을 뽐낸 선수들도 있었다. 에덴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브라위너는 속도와 기술을 살려 역습 때마다 잉글랜드 선수들을 위태롭게 했다.

후반 37분에도 공간을 활용해 추가 득점했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속도를 올리면서 돌파를 시도한 뒤 공간으로 넣어준 패스를 쇄도하는 에덴 아자르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후반 34분 케빈 더 브라위너-드리스 메르텐스-뫼니에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공격 전개는 속도와 공간 활용에서 모두 수준이 높았다.

지공 때도 벨기에는 속도를 높일 줄 알았다. 이른바 '눈이 맞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다가 틈이 나면 패스를 찔렀다. 루카쿠와 더 브라위너의 호흡이 매우 좋았다. 루카쿠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뜨리며 순간적으로 침투하고, 더 브라위너는 두 번 내의 터치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간결한 전개에 잉글랜드 수비가 미처 반응하기 어려웠다.

◆ 공수 전환 속도 떨어진 잉글랜드, 믿을 것은 또 세트피스 뿐

반면 잉글랜드는 수비에서 공을 빼앗아도 공격적으로 전환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역습이랄 장면이 없었고 지공으로 전환해 두툼하게 수비벽을 쌓은 벨기에를 처음부터 다시 공략해야 했다. 벨기에의 성실한 전방 압박이 잉글랜드의 전환을 막은 중요한 요소지만, 동시에 잉글랜드 선수들의 '오프더볼' 움직임이 소극적이었다. 공간으로 달리는 선수가 없으니 공이 전방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방에 머무르고 말았다.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 재미를 봤던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기회를 살린 점은 높이 살 만했다. 전반 20분 코너킥에서 시도한 해리 매과이어의 헤딩 슛, 후반 6분 키어런 트리피어의 크로스에 이은 존 스톤스의 쇄도 등이 대표적이었다. 후반 29분 매과이어가 프리킥 찬스에서 다시 한번 머리에 맞췄지만 벨기에 수비수 2명이 달라붙는 통에 정확한 헤딩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잉글랜드의 장점이 잘 알려졌고 벨기에도 세트피스 수비를 잘 준비했기 때문에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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