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영상 이강유 PD] 2017년 4월, 김진야(20, 인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는다. 한국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신태용 감독 부임 후 한 차례 소집되지 않은 적은 있지만 U-17 월드컵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로 뛴 김진야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늘 함께 뛰었던 친구, 형, 동생들이 팬들의 응원을 받을 때 김진야는 그 자리에 없었다. 월드컵 경기는 물론 관련 뉴스를 보지 않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

선수 본인도 본인이지만 아들에게 축구를 처음 알려주고 물심양면 지원한 부모님의 충격도 컸다. 눈물만 흘리셨다. 기사로 탈락 소식을 접한 김진야는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 2018년 자카트라-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김진야 ⓒ 스포티비뉴스
◆ U-20 탈락 후 1년, 아시안게임 발탁과 부모님의 눈물

1년이 조금 더 지난 이번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김진야의 이름이 있었다. 지난 아픔을 뒤로 하고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U-20 월드컵 탈락과 아시안게임 발탁, 결과는 다르지만 부모님의 반응은 같았다. 눈물이었다. 하지만 슬픔의 눈물과 기쁨의 눈물이란 차이가 있다.

"부모님이 정말 많이 우셔서 담담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더라구요. 그냥 울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했어요."

김진야가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의 권유였다. '운동 하나는 해봐야지'라는 권유에 시작했다. 시작은 축구가 아닌 태권도였다.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한 김진야는 부모님에게 말씀드렸고, 부모님은 김진야의 손을 이끌고 한 축구 클럽을 찾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 선택이 지금의 김진야를 만들었다. 남동초등학교로 전학 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고 광성중학교, 대건고등학교를 차례로 거쳐 지난해 인천에 입단했다. 인천 팬들이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모두 밟은 '인천 성골 유스'다. 유소년 시절 여러 차례 연령별 대표에 합류했고 많은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 16경기를 뛰고 1도움을 기록해 공격포인트로 올렸다. 두 번째 시즌인 올해는 제주전 골로 데뷔골을 신고하는 등 성공적으로 프로에 안착했다.

김진야의 축구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부모님 말고 또 있다. 임중용 코치다. 대건고 시절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프로로 이어졌다. 김진야가 프로에 콜업될 때 임중용 코치 역시 대건고에서 인천 코치로 승격했다. 어떻게 보면 '입단 동기'다. 김진야는 "정말 감사한 분이죠"라는 말로 임중용 코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윙백, 즉 수비수로 뛸 가능성이 높은 김진야다. 수비수 출신 임중용 코치에게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 임중용 코치가 강조한 점은 '안전'이다. 공격수처럼 너무 무리해서 나가지 말고 안전하게 하면 자기 페이스도 유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건넸다. 김진야는 "제 안전성은 아직 부족하죠"라는 말로 임중용 코치의 조언을 머리에 담고 있다.

◆ 공격수로 뛴 김진야의 윙백 변신

김진야는 유소년 시절 내내 공격수로 뛰다가 프로 입단 후 간간이 윙백으로 뛰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윙백으로 뛰게 된다. 김학범 감독은 "김진야를 윙백으로 쓰려고 뽑았다"고 했다. 익숙한 자리는 아니다.

특히 윙백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뿐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윙백은 희소 가치가 크다. 윙백으로 뛰어야 할 김진야에게 해당 포지션이 약하다는 평가는 그냥 넘기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윙백으로 뛰어야 하는 선수로서 당연히 신경 쓰이는 얘기죠. 하지만 그래서 더 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 평가를 하신 분들의 생각도 바뀌잖아요."

윙 포워드에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후 성공한 선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차두리 코치가 선수 시절 윙백으로 변신해 전성기를 구가했고, 애슐리 영(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공격수에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후 지금까지도 주전으로 뛰고 있다. 김진야에게 윙백과 공격수 중 한 곳에 정착해야 한다면 어떤 포지션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꼭 윙 포워드만 해야지, 윙백만 해야지 라는 건 없어요. 골고루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앞으로 축구를 하면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주어지는 자리에서 완벽하게 뛸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진야는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K리그 7~8경기 결장이 예상된다. 부임 후 줄곧 김진야를 기용한 욘 안데르센 감독은 "정말 아쉽다.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선수를 보내야 한다. 유럽에서는 리그 진행 중 차출 의무가 아닌 대회가 잘 열리지 않아 이런 경우는 생소하다. 아쉽지만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왔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김진야가 인천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출전한 김진야 ⓒ 한국프로축구연맹
◆ 학범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아시안게임 선수들이 인터뷰 자리에 서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김학범 감독님 정말 무섭나요?'다.

김학범 감독은 호랑이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강도 높은 훈련과 더불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통솔한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들의 연령이 워낙 어린 탓에 광주에서 호흡을 맞춘 나상호를 제외하면 김학범 감독과 인연이 깊은 선수는 많지 않다 .대부분 선수들이 처음 호흡을 맞춘다. 김진야 역시 마찬가지다.

"무서운 감독님이란 얘기를 듣고 첫 소집 때 긴장한 상태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함께 해보니 장난도 많이 치시고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김진야 뿐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김학범 감독에 대해 '의외로 무섭지 않으시고 편하게 해주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강도 높은 훈련을 어떨까? 특히 김학범 감독의 훈련 중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이 체력 훈련이다. 이 역시 명성이 자자하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는 김진야다. 팀 내 체력 훈련에서 늘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정말 힘들다'라는 것이 김진야의 설명. "인도네시아 전지 훈련을 가기 전, 간 후에 체력 훈련을 했는데 지금까지 해 온 체력 훈련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학범 감독이 무섭다는 소문은 오해다. 하지만 체력 훈련의 강도는 진실이다.

▲ 아시안게임에서 김진야가 호흡을 맞출 손흥민
◆ 다시 만나는 친구들, 처음 만나는 형들

이번 아시안게임에 발탁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김진야와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전지 훈련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진야는 가장 친한 선수로 이승모(광주)와 김정민(FC리퍼링)을 꼽았다. 두 선수 모두 2015년 열린 U-17 월드컵 때 함께 뛰었다.

새롭게 호흡을 맞춰야 할 선수도 있다. 와일드 카드로 합류한 손흥민(토트넘), 조현우(대구), 황의조(감바 오사타)와 뛴 적은 없다. 특히 김진야는 포지션 특성상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 발탁 선수들 모두 손흥민과 함께 뛰는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김진야도 그중 한 명이다. 특히 윙백으로 뛰기 때문에 톱에서 뛸 손흥민과 자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아직 함께 공을 차 본 경험은 없다. '팬심'을 담아 손흥민의 훈련을 본 김진야다.

"예전에 훈련 하시는 걸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손흥민 선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이면서 월드클래스 선수잖아요. 함께 뛸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에요. 손흥민 선수를 중심으로 잘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다시 만난 친구들, 그리고 새롭게 만난 형들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란 목표로 달리는 김진야다. U-20 월드컵 탈락, 그리고 인천에서 보낸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김진야는 한뼘 더 성장했고, U-17 월드컵 이후 아시안게임이란 큰 대회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에 한국을 대표해, 또 인천 선수를 대표해 나가 큰 영광입니다. 선수들, 팬분들 모두 원하는 것은 금메달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책임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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