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채흥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삼성 최채흥의 모자 챙엔 'Crazy mode', '자신있게', 그리고 '가볍게 앞에서' 세 가지 문구가 적혀 있다.

최채흥은 "'Crazy mode'는 고등학교 때부터 적었다. 또 내가 공을 뒤에서 놓는 버릇이 있어서 이렇게 적었다"고 덧붙였다.

2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최채흥은 'Crazy mode'였다. 윤성환의 대체 선수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는데 7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시속 144km 패스트볼이 날카롭게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꽂혔고, 슬라이더도 위력적이었다. 투구 수는 단 95개뿐이었다.

모자에 쓴 주문처럼 '가볍게 앞에서' 공을 놓았고 '자신있게' 던졌다.

▲ 최채흥이 모자에 써놓은 세 가지 문구 ⓒ김건일 기자

최채흥의 프로 두 번째 승리는 오랜만이다. 지난 6월 2일 마산 NC전 이후 3개월이 지났다.

최채흥은 대학 최고 투수 타이틀을 갖고 삼성에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했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시범 경기에서 선발로 기회를 얻었다. 매스컴은 그를 단연 신인왕 1순위로 지목했다. 삼성은 2015년 구자욱 이후 3년 만에 신인왕 배출이라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1군 벽은 높았다. 시범 경기에서 부진으로 퓨처스리그에서 개막을 맞았다. 1군에 올라와 지난 6월 승리 투수가 됐으나 다음 경기에서 2⅔이닝 5실점하고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최채흥은 승리 투수가 된 25일 "그동안은 부담을 갖고 공을 던졌다. 밖에서 기대보다 나 스스로에게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최채흥과 양창섭은 FA 투수 둘을 영입한 효과라며 기대가 컸다. 지난해 이정후의 활약으로 신인들을 보는 기대치가 높아져 있었으며 올 시즌에도 강백호, 안우진, 곽빈 등 각 팀마다 대형 신인들이 등장했다.

특히 팀 동료 양창섭의 존재가 최채흥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양창섭은 데뷔전 승리를 시작으로 꾸준히 1군에서 선발 등판하며 벌써 6승을 챙겼다. 아직 대체 선발인 최채흥과 달리 이미 삼성 선발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채흥은 "신인들의 활약에 부담이 됐다. 신경을 안 썼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같은 팀에 창섭이가 잘해 줘서 더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프로 두 번째 승리를 거두자 "잘했다"는 선배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최채흥은 이날 등판으로 무언가 깨달은 듯 힘줘 말했다.

"특별히 이번 등판에선 부담을 갖지 않았다. 내려놓았더니 좋은 공이 들어갔다"며 "다른 것에 신경을 썼으면 안 됐다. 이젠 내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