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을 재활 기간을 거쳐 다시 밟은 1군 마운드. 최고 147km의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 슬라이더-커브-포크볼을 두루 던지며 10구 삼자범퇴로 팀의 여유있는 승리를 지켰다. 어깨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1년 여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은 SK 와이번스 우완 박정배(33). 그는 남은 시즌 거창한 개인 목표를 앞세우기 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박정배는 지난 2일 인천SK행복드림 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8-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7월18일 생애 처음 올스타전 마운드에 오른 이후 어깨 부상과 관절경 수술로 1군 마운드를 떠났던 박정배는 이날 오랜만에 1군 안방 관중 앞에 제 모습을 비췄다. 그리고 1이닝 동안 10개의 공을 던지며 안타, 볼넷 허용 없이 경기를 승리로 매조졌다.
“팔 상태는 괜찮았어요. 6월 쯤 ITP(Interval Throwing Program) 마치고 불펜피칭도 하면서 감을 잡았는데 자극이 약간 있던 정도였습니다. 이틀 정도 지나니까 아무렇지 않았어요. 아프지 않다는 자체가 정말 기뻤습니다. 2일 경기 마치고는 다들 주위에서 생각 이상이라고 하셔서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다쳐서 수술한 선수의 재활은 일반인이 느끼는 상상 그 이상이다. 재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불편한 마음이 들게 마련. 이를 직접 겪는 선수의 심신 고통은 훨씬 더 크다. 지난해 9월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을 펼친 뒤 이기고 돌아온 박정배. 그는 진심을 담아 감사한 사람들을 열거했다.
“함께 강화도(SK 퓨처스파크)에서 고생하신 류태현 트레이닝 코치님. 그리고 최창호 코치님과 김경태 코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비시즌 괌에서부터 재활 과정을 시작했는데 마운드로 복귀하기까지 정말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사실 재활이 저 혼자 할 수 없는 것인데 우리 코치님들께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박정배가 건강을 확인한 만큼 향후 SK 계투진 기상도는 맑은 편이다. 지난 7월 하순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실력파 좌완 신재웅이 가세했고 어깨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군에 있던 좌완 박희수도 페이스를 올리며 실전 복귀 시기를 점치는 중. 계투진 자체 보강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난해 막판 거센 상승세를 보여주며 순위 경쟁 판도를 뒤흔들었던 SK의 상승세 재현을 꿈꿀 만 하다.
“우리 팀 잘 될 거에요. 아마 후반기 때 8~9연승도 달리면서 바람을 타고 분위기가 쑥 올라가지 않을까요. 다만 제가 해내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주도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겠다기보다 우리 동료들과 함께 힘을 보태서 대업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 하나 하나. 그리고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아프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오랜 시간 화려하지 않았으나 박정배의 야구 인생은 말 그대로 인간승리였다. 치명적인 발목 골절상과 팔꿈치 부상. 그리고 전 소속팀 두산에서 연습한 만큼 실전에서의 결과물은 얻지 못해 방출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테스트를 통해 어렵게 입단한 SK에서 비로소 제 야구를 펼치다 부상으로 잠시 미끄러졌던 박정배.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며 다시 일어선 박정배의 성공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사진] 포수 이재원과 기쁨을 나누는 박정배 ⓒ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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