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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우승만 12번' 위성우 감독 "이제는 도전자, 정상 탈환이 목표"①

맹봉주 기자 mbj@spotvnews.co.kr 2019년 04월 09일 화요일



▲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위동, 맹봉주 기자 / 영상 한희재·송경택 기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신한은행 코치를 거쳐 우리은행 감독까지. 12년 동안 여자프로농구 정상엔 늘 그가 있었다.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8) 감독은 여자농구 역대 최고 명장으로 꼽힌다. 일단 우승 이력이 화려하다. 2012년 처음 우리은행 사령탑을 맡은 이래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이뤘다. 역대 여자프로농구 감독 최다 우승 주인공 역시 위성우 감독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 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영원할 것 같았던 위성우 감독의 우승 행진이 멈췄다. 정규 시즌엔 박지수가 버티는 청주 KB에 밀리며 2위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에선 김한별이 활약한 용인 삼성생명에게 무릎을 꿇었다.

'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이라 불리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리그 최고의 가드 박혜진이 건재하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박지현이 가세했다. 무엇보다 위성우 감독이 있는 한 우리은행을 만만히 볼 팀은 결코 없을 것이다.

우승 타이틀을 방어하는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바뀐 위성우 감독. 서울 장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연습 체육관에서 위성우 감독을 만났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여자프로농구는 현재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 위성우 감독은 가족과 여행을 다녀왔다며 근황을 알렸다.

▲ 위성우 감독은 다음 시즌 '우승 재탈환'에 나선다 ⓒ 한희재 기자
Q. 12년 동안 우승만 했다. 여자프로농구 감독이 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플레이오프는 7년 전 신한은행 때 코치로 해봤다. 감독하면서부턴 처음이다. 낯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챔피언결정전만 하다 보니 나나 선수들 모두 플레이오프 부담감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까 오히려 긴장을 너무 안 해서 결과가 안 좋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Q. KB와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은 보았나?

"사실 안 봤다. 시즌이 끝나면 농구를 별로 안 본다. 신경 안 썼다. 기록이나 결과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까, 결과는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 삼성생명 모두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하면서 체력소모가 많았다.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김)한별이 등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우리가 올라가나 삼성생명이 올라가나 결과는 비슷했을 거다. 내 예상대로 싱겁게 끝났다."

Q. KB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나고 우리은행을 언급했다. 정규 시즌 1위의 부담감을 안고 계속해서 우승을 한 게 대단하다고 하더라(KB 주장 강아정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마치고 "우리은행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니까 오래 쉬게 돼 감이 떨어졌다. 걱정이 많았고 긴장 되더라. 우리은행은 6년 연속 이런 과정 끝에 우승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정규 시즌 1등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보다 체력적으로 유리해서 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부담감은 오히려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온 팀보다 훨씬 많다. 기다리는 입장에선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KB가 통합 우승을 했지만 그런 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나 선수들도 지난 6년 동안 힘든 과정이었다."

Q. 그동안 늘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통합 7연패는 실패했지만, 심적인 부담은 한결 덜었을 것 같다. 표정도 홀가분해 보인다.

"(주위에서)부담을 덜었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6년 연속 우승하다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감이 있다. 기대치라고 할까. 6년 연속 우승했는데 챔피언결정전도 못 올라갔으니까. 챔피언결정전에 가서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원하게 잘 졌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하는 게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부담을 덜 수 있는 결과라고 위로했다."

▲ 우승 세리모니를 하는 위성우 감독. 통합 6연패 기간 동안 기쁘기도 했지만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 WKBL
Q. 통합 4연패 때부터 "우승하고 내려올 때가 중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예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것 같다.

"영원한 건 없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우승을 못했다고 아쉬운 건 없다. 내려올 걸 예상했고 그게 올해 닥쳤을 뿐이다. 우승을 했다면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계속 안고 갔을 거다. 다들 아쉬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이런 순간을 준비해왔다. 다시 올라갈 날이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준비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걱정이다.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임영희가 은퇴하고 박지현이 들어왔다. 내가 처음 우리은행에 왔을 때랑 선수단이 많이 바뀌었다. 얼마만큼 연착륙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지만 바닥을 안 찍고 어느 틈에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Q. 시즌 전이면 항상 "이번 시즌은 힘들다"면서도 결국 우승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양치기 소년'이다.

"언젠가 우승을 못하면 그 별명은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내려올 걸 예상하고 속으로 설레발을 쳤다. 우승 못하는 것에 대해 항상 부담과 걱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제 그런 별명은 더 들을 이유가 없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우승을 재탈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쉬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고 있다."

Q.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 하면서 "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 "우리은행 때문에 여자농구가 재미없어졌다"는 말이 돌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론 상처가 됐을 것 같다.

"사실 속이 많이 상했다. 우리가 그냥 우승하는 게 아니다. 6개 구단 중 우리 선수들이 제일 열심히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승은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얻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올 때 난 괜찮지만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감독이 욕 먹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평가가 안 좋을 때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 우승을 많이 하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1등을 좋아할 팀은 없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늘 열심히 해서 그렇다. 이제는 우승을 못했으니 안티 세력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좋게 생각한다."

Q. 삼성생명과 벌인 플레이오프 3차전은 임영희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 경기가 끝나고 임영희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통합 6연패 시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눈물이었다.

"그냥 주책을 떤 것 같다(웃음). (임)영희 은퇴는 내부적으로 이미 얘기가 나온 상태였다. 나이도 있고 애기도 낳아야하니까. 사실 영희는 몸만 놓고 보면 4, 5년은 더 선수로 뛸 수 있다. 영희 은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기사로 먼저 나가면서 당황했다. 영희랑은 7년을 같이 했다. 통합 6연패하는데 누구 때문에 우승했냐고 하면 두말 할 것 없이 임영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희를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다. 이게 펙트다. 영희가 나랑 7년 운동하면서 총 쉬는 날은 한 달 됐을까? 거의 쉬질 않는다. 1년 중에 일주일도 안 쉰다. 영희는 항상 자신이 열심히 해서 잘됐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대충하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한 순간에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하다. 나도 대충하면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이렇게 고마운 선수가 또 어디 있나.

플레이오프 3차전하는 날 영희가 오전에 몸을 풀고 슈팅을 하는데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오늘 지면 영희랑 나랑 감독과 선수로 함께 보내는 건 마지막이라고. 슛 쏘는 영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눈물을 흘리더라. 나도 울컥했다. 솔직히 그런 감정들이 그날 내내 갔다. 경기를 마칠 때도 챔피언결정전에 못 가 아쉬운 마음보다 ‘영희의 경기가 끝났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영희한테 제일 미안하다. 주장이었고 나이가 많아 힘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다반사였다. 영희가 나이 먹어가면서 약해지는 게 서러웠다. 영희는 항상 저렇게 열심히 하고 강인한 애인데 나이 들고 약해지는 게 너무 싫었다. 영희는 몸도 건강하고 아픈데도 없고 잘 뛰었다. 나이 먹었다고 힘들어 하는 걸 내가 부정하고 싶었다. 영희가 조금이라도 못하면 다그쳤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영희한테 미안하다. 통합 6연패는 영희 없었으면 못했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주책을 떨었다. 영희는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고 고마운 선수였다."

▲ 임영희와 위성우 감독 ⓒ WKBL
Q. 박혜진이 은퇴할 때면 임영희 때보다 더 감정이 복받칠 것 같다.

"그때 가면 더 울 수도 있다. (박)혜진이랑은 나와 선수생활을 더 오래했으니까 은퇴하면 감정이 더 올라올 것이다. 내가 여기 계속 있을지, 혜진이가 다른 데 갈지 앞으로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혜진이가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할 때면 내가 누구보다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통합 6연패 동안 옆에는 늘 전주원 코치가 있었다. 코치 전주원은 어떤 사람인가?

"전주원 코치는 나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 여자니까 선수들이나 트레이너 관리도 신경 쓴다. 내가 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한다. 전주원 코치가 이제 감독으로 나갈 나이지만, 개인적으론 안 가줬으면 한다. 서로 마음도 잘 맞고 말 한 마디만 던져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 그래서 편하다. 쉽게 말해서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안 쓰니까. 전주원 코치가 이름 날리는 훌륭한 선수였지만 주위에서 코치로 인정받는 이유다."

Q. 전주원 코치가 위성우 감독에게 쓴소리도 한다고 알고 있다.

"한다. 가끔씩 해서 기억은 안 난다. 예를 들면, 내가 행동을 잘못하거나 말실수를 할 때 지적한다. 전코치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승을 많이 해서 흔히 말하는 '어깨뽕'이 들어가면 나를 되돌아보게 하라고도 부탁했다. 전코치가 잘하는 게 내 기분이나 상황을 보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내가 화날 때 말을 하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겠나. 하지만 전코치는 내가 잘못한다고 바로 말하지 않고 1, 2번 반복되면 "전에도 그랬는데 고쳐주십쇼"라고 말한다."

▲ 위성우 감독 옆에는 늘 전주원 코치(왼쪽)가 있다 ⓒ WKBL
Q.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4.8%의 확률로 최대어 박지현을 1순위로 뽑았다.

"명장, 지장, 복장 중에 복장이 최고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복이 없다고 생각 안 한다. 우승을 계속 해왔고 박지현같은 선수를 뽑는 것도 복이다. 원석이 좋으니까 이제 잘 만들어야 된다. 이것은 내 몫이다. 박지현은 욕심이 많고 센스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도 내가 하자는 방향대로 쫓아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남자든 여자든 역대 농구 선수 중엔 소문난 잠재력에도 꽃 피우지 못하고 그만 둔 선수가 많다. 그런 점에서 박지현은 욕심이 많고 마인드가 좋아서 기대된다. 최고의 선수가 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느냐가 관건이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지만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로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감독 부임할 당시를 제외하면, 우승을 못하고 보내는 첫 비시즌이다. 정상에 있었을 때도 우리은행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했다. 이번 비시즌은 어떤 지옥 훈련이 선수들을 기다릴지 궁금하다.

"이제 그러진 않을 거다(웃음). 처음 내가 여기 와서 우승을 계속하니까 했던 방식만 쓰게 됐다. 어느 순간 너무 단조롭고 똑같은 농구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즌까지는 우승을 매번했으니 과거 했던 방식을 반복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우승을 못했고 선수단 구성원이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다르다. 이젠 공격과 수비 모두 다르게 접근하려 한다. 그동안 너무 우승을 지키려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을 못 키웠다. 물론 어쩔 수 없었다. 우승에 도전하는 팀들은 선수 키우기가 쉽지 않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겠나. 궁극적으론 우승컵을 찾아와야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박지현은 당연히 키워야 되고 나윤정, 김소니아도 더 커야 한다."

Q. 다음 시즌 목표는?

"우승을 못하지 않았나. 당연히 우승 탈환이 목표다. KB가 정말 좋은 전력을 갖췄다. 박지수가 있는 한 앞으로 10년 동안 KB는 우승후보일 것이다. 우린 도전자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부담은 적다. 우리가 1등할 땐 나머지 5개 팀이 우리를 정상에서 끌어내리려고 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 5팀 중 하나가 됐다. KB를 다시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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