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장원준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제자리를 맴돌던 두산 베어스 좌완 장원준(34)이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장원준은 10일 이천 NC 다이노스와 2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공 96개를 던지며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마운드에서 100구 가까이 던진 첫 경기였다. 퓨처스리그 경기라 해도 그동안 스스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 수 있는 결과였다. 

두산 관계자는 "제구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구속은 여전히 140km를 밑돌고 있지만, 같은 구속이라도 회전수가 좋아져 공에 힘이 생겼다는 평가다. 장원준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산에서 치르는 한화 이글스 2군과 경기에 한번 더 나설 계획이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좌완 에이스의 시간은 지난해부터 더디게 흘렀다. 지난 시즌 24경기 3승 7패 71⅔이닝 평균자책점 9.92에 그쳤다. 2004년 데뷔 이래 최악의 성적표. 9년 연속 10승 도전은 일찍이 물거품이 됐다. 좋았을 때 밸런스와 느낌을 찾으려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의 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많이 던졌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장원준이 롯데에서 FA로 이적해 온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리그 성적이 좋다 보니 국제대회가 열리면 두산 선수들이 줄줄이 차출됐는데, 장원준도 '국대베어스' 멤버였다. 장원준은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에서 선발로 뛰었다. 

사실상 휴식기 없이 3시즌을 보낸 여파는 꽤 컸다. 골반과 허리에 무리가 왔다. 지난해는 통증이 심해 제대로 힘을 줘 공을 던지기 힘들었다. 구위가 떨어지니 공은 점점 맞아 나갔고,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는 날도 점점 늘었다. 

올해 몸 상태는 좋아졌지만,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페이스가 더뎠다. 김 감독은 장원준을 1군에서 불펜으로 활용하며 지켜보다 지난달 중순부터 2군에서 다시 선발 준비를 하게 했다.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면 그때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팀이다. 조쉬 린드블럼-이용찬-세스 후랭코프-유희관-이영하가 버티고 있다. 이용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3주 정도 이탈한 동안에는 홍상삼과 이현호가 빈자리를 채워줬다. 이용찬이 12일 창원 NC전에 복귀하면 5선발이 다시 갖춰진다.
 
당분간은 장원준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다. 2군에서 차분히 몸을 더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기회는 분명 온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버텨 좌완 에이스의 부활을 알리길 기대해 본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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