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 야구 사상 첫 메이저리그 직행 야수. 그의 첫 시즌은 성공이다. 다만 큰 부상으로 팀의 가을 야구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하는 데 강정호(28)의 공헌도는 분명히 컸다. 본업인 유격수 뿐만 아니라 2루, 3루에서도 뛰어난 수비로 힘을 보탰고 중심 타선에서 심심치 않게 장타를 기록하며 국내 팬들을 기쁘게 했다. 야구 보는 재미를 한껏 높였던 강정호의 2015년. 한가위를 맞아 그의 2015 시즌을 기억하고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서 'KING KANG 첫해' 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메이저리그 정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레그킥 타격 자세에 대해 우려했고 유격수로 정착할 수 있을 지도 회의적이다.”(2014년 11월 보스턴 글로브)

“뉴욕 메츠는 한국인 유격수 강정호 포스팅시스템 입찰에 부정적이다.”(2014년 12월 17일 뉴욕 데일리뉴스, 이하 한국 시간)

뚜껑이 열리기 전 안된다고, 아니라고 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의 구름들을 걷어 냈다. '아시아 유격수 실패 전례' 따위는 강정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117경기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9실책(수비율 0.980)을 기록하며 팀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었던 강정호. 그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입찰금 500만2015달러(2014년 12월 당시 약 54억9,971만 원)에 피츠버그로 방향을 잡고 개인 몸값 4년 1100만 달러(약 118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젊은 내야수들이 많은 스몰 마켓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달려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앞서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포스팅 저평가 이후 나온 계약이라 메이저리그가 강정호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괴력을 갖춘 동양인 내야수 강정호에 대해 긍정적인 예상도 많았으나 비관하며 피츠버그의 선택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일본인 유격수들의 실패 전례다. 2004년 일본의 5툴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라쿠텐)을 데려갔으나 재미를 못 봤던 메츠는 구단 팟 캐스트에서 강정호의 장타력을 폄훼하는 논조를 보이기도 했다. 게스트로 참여한 라이언 사도스키 롯데 외국인 스카우트 코치의 호평에도 메츠 팟 캐스트 진행자들은 의구심을 비쳤다.

공교롭게도 마쓰이를 비롯해 니시오카 쓰요시(ML 데뷔 당시 미네소타, 현 한신), 가와사키 무네노리(데뷔 당시 시애틀, 현 토론토), 나카지마 히로유키(데뷔 당시 오클랜드, 현 오릭스) 등이 모두 유격수 정착에 실패했다. 나카지마의 경우 강정호와 가장 비슷한 파워형 유격수였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도 밟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메이저리그에 가까운 수비를 펼치는 선수”라는 염경엽 넥센 감독의 평이 있었으나 '미지의 강정호'에 대한 기대는 물론 우려의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를 제대로 극복했다. 2009~2012년 시즌 히어로즈 감독으로 재직하며 강정호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했던 김시진 전 롯데 감독(현 야구 대표팀 전력분석팀장)에게 올 시즌 강정호의 활약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강정호의 KBO 리그 시절 플레이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김 전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강)정호의 스타일은 히어로즈 시절과 비교해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의 선수였고 수비도 시원시원하게 펼쳤다. 뿐만 아니라 제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 3루도 잘 보았다. 선수의 기량 자체가 뛰어났고 팀의 일원으로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김 전 감독은 야구 외 요소를 언급했다. 강정호의 소속팀이 피츠버그라는 것이 강정호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 시절 피츠버그 스프링캠프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훈련했다. 2009년 히어로즈 시절에도 1차 캠프 장소가 그곳이었고 2011년에도 플로리다에 캠프를 치렀다.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시즌 준비를 시작했던 데다 선수 본인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대단한 의지를 품었다. 경기를 봐도 팀원들과 친하게 지내며 팀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첫해부터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본다.”

실제로 KBO 리그에 뛰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많은 국내 선수들은 “기량은 두 번째 문제다. 한국 무대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동료,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낯선 이방인. 그것도 '괴물'들이 즐비한 빅리그에서 뛰어난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강정호는 긍정적인 자세와 뛰어난 적응 능력으로 제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일본에서 뛰던 시절 경기 스타일을 고수하다 메이저리그와 맞지 않아 동료들과 언론의 빈축을 사던 아시아 출신 유격수들과 달랐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전력 필수 요원으로 활약하다 지난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따른 정강이 뼈 골절과 반월판 손상 중상으로 시즌을 마쳤다. 2009년 같은 선수에게 비슷하게 다쳤던 이와무라 아키노리(전 라쿠텐)의 예를 들어 운동 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 전 감독은 강정호에게 응원의 말을 보냈다.

“무릎 부상인 만큼 예전의 수비 범위와 쇄도할 때 달려드는 순발력, 주루 스피드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강)정호는 수술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같은 전망이 기우가 되길 바란다. 미국 진출 전 충분히 계획을 잡았고 적응하겠다고 단단히 각오했던 선수다. 그리고 몸 상태는 본인이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의료진은 의학 이론을 기반으로 환자의 몸을 판단하지만 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선수 자신이다. 강정호는 코칭 스태프가 키웠다기 보다 재능 있는 선수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을 만든 케이스다. (강)정호는 반드시 지금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것이다.”

[그래픽] 스포티비뉴스 디자이너 김종래.

[사진] 강정호 ⓒ Gettyimage.

[영상] 예상을 뛰어넘은 강정호 활약상 ⓒ 영상 편집 배정호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