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드블럼(왼쪽)과 윌슨은 시즌 최고 투수를 놓고 2년 연속 격돌을 벌이고 있다 ⓒ한희재 기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조쉬 린드블럼(32·두산)과 타일러 윌슨(30·LG)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외국인 투수로 손꼽혔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리그 최고 투수를 향한 경쟁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린드블럼과 윌슨은 올 시즌 빼어난 투구로 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강력한 선발진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두 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한다. 20일 현재 린드블럼은 시즌 10경기에서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평균자책점·다승·이닝에서 모두 1위다. 윌슨도 만만치 않다. 승운이 덜 따랐을 뿐 10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1.89로 선전했다.

두 선수의 질주는 대표적 세이버매트리션인 톰 탱고가 고안한 ‘사이영 예측 모델’에서도 살필 수 있다. 이닝·자책점·삼진·승리가 주요 변수가 되는 이 모델에서 두 선수는 1·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이 부문 챔피언(61점)인 린드블럼은 35.6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0점을 넘긴 투수다. 지난해 2위(50.9점)였던 윌슨은 28점으로 린드블럼을 추격하고 있다.

지금은 린드블럼이 조금 앞서 있지만 윌슨의 경기력도 무시할 수 없다. 1~2경기 성적이면 평균자책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사정거리에 있다. 윌슨의 승운이 회복되면 격차는 빨리 줄어든다. 종합적인 능력을 고려할 때 두 선수가 시즌 막판까지 최고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오히려 관심을 끄는 것은 ‘양자구도’를 ‘다자구도’로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있느냐다.

3위는 윌슨의 동료인 케이시 켈리(LG·26.5점)다. 개막 당시까지만 해도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으나 어느새 느낌표로 바뀌었다. 시즌 10경기 중 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5승3패 평균자책점 2.17로 선전했다. 압도적인 땅볼유도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확실한 장기가 있는 셈인데, 아직 타고투저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KBO리그에서 통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 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2위인 이영하는 더 성숙한 경기력으로 국내 선수 최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곽혜미 기자
4위부터 7위까지는 근접전이다. 앙헬 산체스(SK·23.9점), 라울 알칸타라(kt·23.9점), 이영하(두산·22.5점), 드루 루친스키(NC·22.3점)가 4~7위를 달리고 있다. 이영하의 이름은 반갑다.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친 이영하는 올해 더 성장했다. 8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88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우완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내 선수 최고 순위(3위)였던 김광현(SK·20.7점), 세스 후랭코프(두산·19.1점), 에릭 요키시(키움·14.6점)가 TOP10의 나머지를 메웠다. 유독 수도권 구단 선수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김광현과 이영하의 국내 선수 최고 격돌도 흥미진진하다. 시즌 초반 위태한 경기력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김광현은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내 선수 TOP 10은 이영하와 김광현을 필두로 차우찬(LG·13.8점), 하재훈(SK·13.1점), 이용찬(두산·12.7점), 이형범(두산·11.9점), 고우석(LG·11.8점), 안영명(한화·11.8점), 윤성환(삼성·11.7점), 최원태(키움·11.5점)가 형성하고 있다.

톰 탱고 모델은 빌 제임스 모델과 달리 중간투수가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계산식에 세이브나 홀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재훈 이형범 고우석 안영명과 같은 중간계투 선수들이 TOP10에 대거 진입했다. 기본적으로 이 선수들의 능력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내 선발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