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홈런을 친 뒤 이상호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노진혁(오른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건일 기자] "하성이(키움)가 3루 보잖아요. 그런데 진혁이 형 때문에 골든글러브 빼앗길까봐 유격수로 옮겼다는 소문이 있어요. 2022년에 야마다 데쓰토가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야쿠르트가 그 후임으로 진혁이 형을 노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출처가 어디냐고요? 민우tv입니다."

노진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박민우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박민우는 이 말을 꼭 넣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노진혁은 "헛소리다. 제발 그만하라"고 손사래쳤다.

박병호(키움), 제이미 로맥(SK), 제리 샌즈(키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최정(SK), 이대호(롯데). 김재환(두산), 이성열(한화). 30일 현재 홈런 1위부터 공동 7위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다. 모두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 또는 30홈런 타자. 그리고 한 방 있는 거포 외국인 타자다.

이 사이에 NC 내야수 노진혁이 끼어 있다. KBO리그 홈페이지에 노진혁의 공식 프로필은 80kg. 이대호보다 40kg 덜 나가고 최정보다도 10kg 가볍다. 그런데 현재 홈런 9개로 이대호, 김재환, 이성열 등과 함께 당당히 홈런 7위 그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타율은 무려 0.531. 리그 6위다.

노진혁은 "시즌 초반엔 잘 몰랐다. 4월 말부터 레그킥을 일찍 하면서 타이밍을 길게 봤다. 사실 한 번에 힘을 모아서 변화구에 속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대처가 됐다.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가. 그래서 장타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2017년 당시 노진혁. 현재와 달리 호리호리하다. ⓒ한희재 기자

'멸치'에서 '몸짱'으로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아니었다. 80kg이 안 넘었다. 어릴 때부터 몸에 좋다는 것, 살이 찔 수 있는 음식이라면 뭐든 먹었는데 살이 안 찌더라. 그런데 난 운동 선수치곤 마른 편이다. 예전엔 그 소리(멸치)를 듣기 싫어서 막 찌우려 했는데 안 찌니까 인정하게 됐다. 이젠 그런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가녀린 팔. 얇은 다리. 2013년 NC에 입단했을 때 노진혁의 몸이다. 노진혁은 마른 사람에게 붙여지는 '멸치'라는 별명을 오랫동안 달았다. 장타가 터졌을 땐 '뜬금포'라고 불렸다.

노진혁은 2015년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단한 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현재 그의 상체는 입대하기 전보다 눈에 띄게 불어나 있다. 이제 멸치 소리를 듣기엔 꽤 크다.

"현재는 몸무게가 82~83kg을 왔다 갔다 한다. 많이 늘어나진 않았지만 몸엔 근육이 붙었다. 군대에서 했던 웨이트트레이닝이 도움이 됐다. 현재는 잔부상이 있어서 자주 못하는데 장타를 칠 수 있을 만한 힘 정도는 갖고 있다. 물론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치는지 모르겠다.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운이 일찍 찾아왔다."

타자는 장타력을 위해 삼진을 감수한다. 올 시즌 노진혁은 강한 타구와 함께 장타가 늘어난 대신 삼진이 부쩍 많아졌다. 반대로 볼넷이 조금 늘어나면서 출루율이 높아졌다. 투수들이 노진혁을 경계한다는 증거다.

"시즌 초반에 1할대를 치고 있었다. 공에 맞히기 급급했다. 삼진 안 먹고 어떻게든 맞히려 했다. 그런데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내 스윙이 안 나왔다. (타격) 코치님에게 찾아갔다. 그러자 코치님이 '삼진 먹어라'고 하더라. 삼진을 감수하고 스윙을 돌리자 점점 밸런스가 괜찮아졌다. 그래서 어느 날 코치님에게 가서 '그냥 삼진 먹겠습니다. 풀 스윙하겠습니다' 했더니 이렇게 됐다. 물론 이렇게 삼진이 많아질 줄은 몰랐다."

▲ 버틀러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는 노진혁 ⓒ한희재 기자

이른 결혼. 막노동까지 감수했다

노진혁은 2014년 시즌이 끝나고 한 살 연상 신부와 결혼했다. 이때 노진혁의 나이는 26세. 게다가 노진혁은 1군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후보 내야수였다.

"젊을 때 놀기 좋아하는 남들과 달리 난 술을 싫어했다. 게임 좋아하고, 카페 가서 커피 마시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빨리 결혼해서 정착하고 싶었다. 동기부여도 있었다. 결혼하고 책임감을 갖고 안정감 있는 가정을 꾸려서 열심히 하면 변화가 오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집안 형편 때문에 쉽지 않았다. 장모님에게 결혼을 이야기했을 때 '야구 그만두면 뭐 할 거냐'고 했을 때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 벌겠다'고 했다. 그렇게 허락을 받았다. 난 생활력이 강했다. 그래서 반드시 결혼을 하고 싶었다."

노진혁은 결혼하고 1년이 채 안 되어서 입대했다. 첫 딸 서영이가 100일을 갓 넘긴 상태였다.

"갑갑했다. 그래도 현역이 아니라 상무에 갔기 때문에 터닝포인트가 됐다. 현역이었다면 야구를 그만뒀을 것 같다. 아내가 '내가 애 키우고 있을 테니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항상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해줬다. 힘이 됐다."

노진혁은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억대 연봉에 진입했다. 현재는 NC 핵심 선수,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이젠 한 집안의 자랑이다.

"처가에서 요즘엔 하이라이트를 다 챙겨 본다고 하더라. 옛날엔 야구의 '야'자도 몰랐는데 요즘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전부 안다. 놀랐다. 밤 12시까지 챙겨 보신다. 그런 것 때문이라도 더 잘해야 한다. 아들과 사위로서 자랑이 되도록."

▲ 노진혁은 창피하지 않은 야구선수를 꿈꾼다. ⓒ한희재 기자

창피하지 않은 야구 선수

노진혁의 활약을 논할 때면 NC 관계자들은 "성균관대 4번타자였습니다"라고 한다. 올 시즌 믿을 수 없는 타격 페이스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눈치다.

"프로 초창기엔 너무 자신감이 없었다. 눈치도 많이 봤다. 일단 나에게 믿음이 없었다. 수비는 정립됐지만 방망이 스킬은 하나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로지 패스트볼만 칠 수 있는 타자. 직구 하나만 칠 수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이젠 변화구도 칠 수 있다. (옆에 있는 박민우를 가리키며) 민우가 많이 도와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누가 봐도 난 공짜였던 타자다."

나성범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박민우는 노진혁을 골든글러브 후보로 띄우고 있다. 노진혁은 "제발 그런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손사래쳤다. 올해 나이 30세. 프로 야구 선수로는 늦게 핀 꽃. 그래서인지 노진혁이 품은 꿈은 조심스럽고 소박하다.

"솔직히 사람들이 날 엄청나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구를 편하게 했다. 성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나에게 부담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다. 창피하지 않은 야구를 하고 싶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었는데 '올해 못하면 어쩌지' 그렇게 걱정했더니 더 성장한 것 같다. 올해 정말 잘하고 있다. 이 정도를 계속하겠다는 건 욕심이고, 조금 못하더라도 꾸준하게 하려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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