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2017년 추석의 최종승자,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돌아왔다. 19일 개봉한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이 그의 신작.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갑자기 시민영웅이 된 목포 건달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유쾌한 오락영화로 풀어냈다. 주인공 김래원과 함께 그려낸 묵직한 남성미가 여전하지만, 사랑 때문에 삶이 바뀐 남자의 이야기는 말랑말랑하고 판타지같은 느낌마저 든다. 예상과 너무 달라 놀랐다는 말에 강윤성 감독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는 데서 출발했다며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밝힌 우직한 상남자 멜로, 목포의 동네영웅, 그리고 김래원의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이야기다. 

-김래원이 맡은 장세출이 첫 장면부터 뺨을 맞고 사랑에 빠진다. 그로부터 '롱 리브 더 킹'이 출발한다.

"첫 장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뺨을 맞고 사랑에 빠진다. 영화적 기법으로 슬로모션, 로켓 발사, 샤방샤방 효과를 해야 하나. 하지만 사람이 1초도 안돼 한순간에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많은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담백하게 찍자. 요즘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담백하게 드러내기로 했다. 대신 관객이 이를 믿게끔 하려면 양측 상황을 리얼하게 표현해야겠다 싶어 원테이크, 롱테이크로 갔다."

-오프닝을 롱테이크로 촬영하는 게 현장에서 결정했다고.

"양측 두 그룹이 부딪치고 가운데가 있는데 롱테이크가 쉽지 않겠더라. '어쩔 수 없이 분산해서 찍을 수밖에 없겠네' 했다. 콘티는 컷이 나눠져 있다. 허나 더 중요한 건 호흡과 감정이었고, 현장에서 롱테이크로 가자고 정리했다. 카메라가 주인공인 세출을 잘 따라가면 그 느낌을 관객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쭉 갔다. 다만 어느정도 캐릭터에 몰입된 상태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해 촬영을 중,후반부로 미뤘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범죄도시' 감독의 차기작으로,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은 뜻밖이기도 했다. 왜 선택했나.

"원작 작가가 쓴 시나리오 초고를 봤다. '요리할 재료가 많다. 풍성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한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그 계기가 한 여자에 빠진, 사랑이라는 코드도 좋았다. 그 느낌을 담고 싶었고, 내 주위에도 이런 영웅이 있다는 걸 그리고 싶었다."

-둘 모두 대중성 강한 오락영화이긴 해도 실화 바탕의 리얼함이 있었던 '범죄도시'와 비교하면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은 판타지 같다.

"'범죄도시'와 다른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웹툰이 베이스긴 하지만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있어 좋더라. 그런 느낌을 살려서 한국 관객이 맞게끔 사실적으로, 재밌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범죄도시'는 리얼한 사건이 배경이라 나쁜 놈을 더 나쁘게 그리고 더 긴장감을 넣을 수 있었다면, '롱 리브 더 킹'은 흐뭇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영화이길 바랐다. 사실 제 성향엔 '범죄도시'가 더 가깝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범죄도시' 같은 영화를 해나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화를 하고 싶었다.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 영화는 '멜로'라는 김래원의 말에 동의했다고 들었다. 역시 같은 맥락일까.

"그렇다. 저도 이 영화가 멜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여러 요소가 있는 오락영화지만, 상남자의 멜로라인을 기존과는 다르게, 설명도 묘사도 없고 약간 거칠지만 조금 다르게 그리고 싶었다. 무뚝뚝한 목포 남자가 그리는 멜로 말이다.

-원진아가 맡은 여주인공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것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 같다.멜로라인을 표현하며 참고한 영화가 있었는지. 

"도전적인 숙제였다. 고민하고 그런 시간이 좋았다. 감정선이 세출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것도 인정한다. 상남자의 영화인데 멜로를 표현하는 것도 도전적이었다. 마음에 둔 영화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인데, 묘사하지 않아도 감정이 자연스럽게 쌓여간다. 서로를 바라보든 순간이든, 스쳐가는 순간이든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감정을 관객이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세출이가 계속 그러지 않나. '그 여시(?)가 시켰냐?' 하면 '내 생각이야!', '빠진거 아니야?'하면 '아닌데'.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안하고, 특별히 어루만지지 않지만 그 감정이 끝까지 보이고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공감을 얻는 게 목표였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포스터
-부제가 '목포 영웅'이다. 목포란 지명을 콕 집어 제목까지 넣은 이유는?

"'롱 리브 더 킹'이란 원작 제목은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이 영화의 내용만으로 보면 그 제목에 부합되지만은 않는다. 모호하기도 하다. 부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목포는 원작의 배경이었다. 모호하게 갈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지역색을 우려하긴 했지만 저는 '목포'가 주는 작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를,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라 지역, 가족, 내 친구를 지키는 주변의 소소한 영웅을 그리고 싶었다."

-목포에 대해 이전엔 잘 몰랐다고. 진짜 목포의 정서를 담는 게 중요했을 텐데.

"연변 사투리를 모르고 '범죄도시' 찍은 것처럼 사투리는 코치를 두고 감수를 했기에 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목포 사람이 봤을 때 '이거 우리 동네 이야기 아닌데' 하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목포에 한 번도 안 가봤다. 시나리오 13번 수정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목포에 가서 했다. 그것이 도움이 되더라. 실제 시장은 어떤가, 시장도 가보고 사람도 만나보고 깡패도 찾아보고 경찰서도 가보고. 서울에서는 국회의원도 만나고 하며 자료 조사나 취재를 했다. 전반적으로 정서가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드라마지만 정치색을 빼다시피 하고, 무소속 세출에게는 흰 옷을 입혔다. 사실 그의 선거 연설엔 별다른 공약이 없다. 굉장히 기본적인 걸 우직하게 강조하는 느낌이다.

"이념이나 사상이 들어간 인물을 담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폭이었다 해도 저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가는 걸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앞부분부터 끌어온 이야기 한 마디에 관객이 동의를 해야 했기에 세출의 마지막 연설은 고민이 됐다. 본질적이고 상식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 많은 국민들이 정직하고 깨끗한 인물이 국민을 대변하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항상 이 영화를 보면 세출의 마지막 연설 부분이 울컥하다. 별 공약을 하지 않는다. 나는 목포에서 나고 자랐고, 목포가 내 '엄니'다 하는, 진정성 있는 장세출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인물이 국회에서 우리를 대변했으면 좋겠다 했다.

▲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스틸
-김래원의 캐스팅이 절묘하다. 멜로부터 우직한 남성미, 액션까지 김래원 종합선물세트라는 생각도 들고.

"논의 중 김래원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생각했고 다들 동의했다. 역시 뛰어난 한 사람보다 협의가 중요하다.(웃음) 마지막 엔딩신도 좋았고, 버스에서 시민을 구하는 장면도 멋지다고 생각했다. 김래원을 보며 '저 인물이라면 저렇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낚시를 좋아해서 그런가 진지한 면도 있는데 성격부터가 장세출과 잘 맞는 지점이 있더라. 김래원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장세출로 살았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져갔다. 원래 김래원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내내 장세출의 모습만 봤으니. 제가 본 김래원은 장세출처럼 무뚝뚝하지만 다정하기도 하고, 내내 영화이야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김래원이 한번 더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본인에겐 의미심장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처음부터 잘 맞았다. 적극적이었고 호흡도 너무 좋았다. 사실 '범죄도시' 마동석, 윤계상과도 좋았다. 저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만 빨리빨리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색, 연기의 색이 명확하다. 의견 내는 사람도 피드백을 빨리 받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니까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배우들과 인물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좋다. 김래원이 다시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는데 너무 좋았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100% 하고 싶다."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담았다. 진선규 최귀화는 물론이고 등 '범죄도시'에 이어 다시 등장한 배우들도 매력있었다.

"연출하며 상황을 중시한다. 상황이 믿겨야 관객이 믿는다고 생각한다. 배우 한 명 한 명한테 연기 디렉션을 주지 못하지만 이 상황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고민을 한다. 제가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을 추구하는 걸 다 아시니까, 상황이 진짜같이 돌아가는 데 집중하면 하다못해 단역들까지 자연스럽게 각자 움직여준다. 진선규 최귀화 외엔 모두가 오디션을 봤다. 약 1200명이 봤을 거다.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최만수 보좌관 역할의) 임형준, (팟캐스트 진행자 정철민 역 이박사 역의) 홍기준 윤병희 모두 좋지 않나. 오디션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판별하는 시간이 아니라 캐릭터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찾는 시간이다. 인물에 대해서는 저보다 배우들이 인물 하나하나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겠나. 궁극적으로 진짜 그 인물같아 보이는, 메소드 연기를 추구하지만 주입식으로 디렉션하지는 않는다. 그냥 준비한 걸 보고 '진짜같다, 가짜같다'고 이야기한다. 저보다 배우들이 인물 하나하나에 대해 더 고민하지 않겠나. 최대한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빨리 결정하고 나가려 한다."

▲ 강윤성 감독.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여러 배우들 중에서도 페르소나로 진선규를 언급했다.

저와 비슷하게 오래 고생하고 빛을 본 배우이기도 하고, '범죄도시' 땐 함께 하지 못할 뻔도 했다. 첫 오디션에서 탈락했는데 재 오디션을 보고 어렵게 캐스팅이 성사됐다. 그러면서 생긴 끈끈한 우정이 있다. '롱 리브 더 킹'까지 2번 작품을 하면서 여러 작품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배우를 테두리 안에서 가두겠다는 건 잘못된 생각 같고, 어느 영화든 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고. 말이 아주 잘 통하고, 안해도 서로 안다.(웃음) 선한 사람에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한데, 얼마 전 수술하고 누워있을 때 병문안을 와서는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너무 착한 사람이다.

-최근 수술을 했다. 액땜을 제대로 한 셈이다.

"맹장인 줄 알고 수술을 했는데 소장 주변 혹이 문제였더라. 복막염으로 번져서 맹장도 같이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회복을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에 이은 차기작이다. 기대와 부담이 그때와는 또한 다를텐데.

"영화 만들면서는 작품을 잘 만들겠다는 데만 집중했다. 개봉할 때가 되니까 초조해진다. 상업영화 감독의 마음일 것이다. 전작이 너무 잘되다보니까. 흥행 부담감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아무래도 '범죄도시'와 비교해 보실 것 같다. 전혀 새로운 오락영화다. 끝나면 흐뭇하게 극장을 나설 수 있는 한 편의 동화처럼 봐주셨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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