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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범호! 꽃으로 가득 찰 '챔필'에서 만나요

신원철 기자 swc@spotvnews.co.kr 2019년 07월 13일 토요일

▲ KIA 이범호가 13일 은퇴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친정팀 한화 이글스다. ⓒ 광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그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들 하지만, KBO리그에서 '꽃'은 그를 부르는 말이었다. 반어법처럼 쓰이기 시작한 표현이었다. 꽃과 어울리지 않지만 누구보다 꽃 같은 남자. 지금은 누구도 그를 '꽃'이라 부르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야구장 안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다. 만루에서 강한 남자 하면 모두가 그를 떠올린다. 그는 KBO리그 통산 최다 만루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보유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그랜드슬램만 17개, 2위 기록은 이미 은퇴한 심정수의 12개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SK 최정과 삼성 강민호가 11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19년 7월 13일 토요일, KBO리그의 꽃 KIA 타이거즈 이범호(38)가 쉬이 깨지지 않을 진기록을 남긴 채 은퇴한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뛰었던 그의 친정팀 한화 이글스가 은퇴 경기 파트너다. 20년 커리어를 정리하기에 이만한 상대가 없다. 

사실 주말 한화전을 염두에 두다 보니 은퇴 경기가 조금 당겨진 면도 있다. 어쨌든 이범호는 바라던 통산 2000경기를 이미 채운 채 홀가분하게 13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2000년 한화에 입단해 신인 때부터 69경기에 출전했다. 그만큼 한화의 기대가 컸다. 그를 1라운드에 지명한 정영기 전 한화 스카우트는 이범호가 꼽는 은인이기도 하다. 정영기 전 스카우트는 13일 은퇴 경기에도 방문해 자리를 빛낸다. 

이범호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실책을 30개나 저질렀지만 133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0.308, 23홈런으로 타격 재능을 뽐냈다. 2005년 포지션을 유격수에서 3루수로 옮기면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했다. 

김인식 전 감독의 이 결정이 없었다면 2006년과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빛내는 이범호를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2009년 WBC 결승전에서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2사 후 동점타를 치는 순간은 아직도 한국 야구사를 빛낸 명장면으로 꼽힌다. 

▲ KIA 이범호(왼쪽)와 한화 김태균. ⓒ 광주, 곽혜미 기자
2010년 소프트뱅크 진출로 해외 무대에 도전했으나 그 시기는 단 1년으로 끝났다. 2011년 친정팀 한화가 아닌 KIA를 택했다. 이 뜻밖의 결정으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KIA에 찾아온 '이방인'은 그러나 곧 호랑이 한 마리로 인정 받았다. 이적 첫 해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데뷔 후 두 번째 3할 타율(0.302)을 달성했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KIA 잔류 의지가 강했던 이범호는 3+1년 계약으로 은퇴 시기를 예고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1년' 옵션 조건을 채운 그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자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5월 1군 말소 뒤에는 은퇴 발표 시기를 고심했다. 

KIA에서 여러 족적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역시 한국시리즈 만루 홈런이다. 지난 2017년 10월 30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사 만루 기회를 홈런으로 살렸다. 만루 홈런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다시 빛났다. KIA는 두산을 제치고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시 100% 우승이라는 기록도 지켰다. 

그는 지난달 은퇴를 발표한 뒤 "중요할 때는 한 방씩 치는, 야구를 너무 좋아했었던, 내 자리를 잘 지켰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때는 놀림감이라고 생각해 부끄러워했던 별명 '꽃범호'도 이제는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한화전은 그 별명을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응원가는 '플라워' 고유진 씨가 불렀다. 은퇴 경기에서는 모든 KIA 선수들이 이범호의 등번호 25번을 달고 뛴다. KIA 이화원 사장도 25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지켜본다. 챔피언스필드가 그야말로 꽃밭이 된다. 

▲ 이범호 ⓒ 광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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