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창원, 박현철 기자] “지난해 첫 포스트시즌을 돌아보면 아쉽고 제 자신이 한심했어요. 저 때문에 팀의 첫 가을 야구를 망친 것 같아서요. 공도 몰리고 밋밋했고. 다시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팀 간판 투수로 자리 잡은 청년. 주축 선수가 된 이래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즌을 돌아보며 쑥스럽게 웃은 그는 지난해 가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NC 다이노스 '스트롱 베리' 이재학(25)의 시선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가을 야구 마운드를 향했다.
201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2라운드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거쳐 신생팀 NC로 이적한 이재학. 2012년 퓨처스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섰던 이재학은 1군 풀타임 투수가 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다. 생애 한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도 받았다. 공룡의 큰 걸음 속 이재학은 선발진을 지키며 주포 나성범과 함께 팀을 상징했다.
다만 올 시즌은 기복이 있었다. 시즌 초반 제구 불안으로 퓨처스리그에도 다녀오는 등 흔들렸던 이재학은 후반기 13경기 7승4패 평균자책점 3.72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시즌 10승을 이뤘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29경기 10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10. 그래도 10승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시즌 초반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제 스스로 힘들었어요. 그러다 후반기, 그래도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특히 3년 연속 10승은 꼭 달성하고 싶었거든요. 전반기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올해는 특히 '쉬운 게 없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이재학은 NC 창단 첫 1군 승리투수 및 첫 완봉승 투수다. 그러나 꼭 1년 전 아픈 기억도 있다. 1군 2년째 시즌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NC는 지난해 10월 19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이재학을 내세웠다. 이재학에게도 데뷔 첫 가을 야구였던 이날. 그는 아웃 카운트 단 두 개를 잡고 5실점하며 무너졌다. 4차전에서 설욕을 위해 계투로 나섰으나 1⅓이닝 2실점에 그쳤고 팀은 1승3패로 LG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내줬다.
“돌아보면 계속 아쉽고 제 자신이 한심해 보였어요. 제게도 첫 포스트시즌이었지만 팀의 값진 경기와 시리즈를 저 때문에 망친 것 같아서 죄송했거든요. 공도 밋밋하게 몰려서 LG 타선을 막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안 좋은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올 시즌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이 포스트시즌 난조 여파가 올 시즌 초반까지 이어져 고전했다. 그만큼 선수 본인이 느낀 자괴감 등도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잇단 실패에 더 무너지지 않고 반등한 뒤 3년 연속 10승에 성공한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하다. 이재학은 어떤 자세로 벽을 넘었을까.
“후반기에 자주 이기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거나 어느 한 포인트에서 갑자기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에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너무 못했던 만큼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고자 노력했고 그러다 다시 승리를 쌓으니 기분도 절로 좋아지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앞으로도 계속 이 간절한 마음을 잊지 않고 던지면 제가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플레이오프는 지난해 NC와 이재학이 경험한 준플레이오프보다 더 큰 무대다. 올해 KBO 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앞 관문. 그래서 팬과 미디어의 시선도 뜨겁다. 연습과 모의 실전 외 큰 경기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하고 있는지 묻자 이재학은 고개를 저었다.
“올해 느낀 교훈대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플레이오프라는 점에 구애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후회는 하기 싫어요. 경기가 끝났을 때 '내가 왜 그랬지'라면서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이재학은 더 강한 마음으로 더 큰 무대를 준비했다.
[영상] 이재학 인터뷰 ⓒ 영상편집 창원, 배정호 기자.
[사진] 이재학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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